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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오버(Spill-over)
입력2003-05-25 00:00:00
수정
2003.05.25 00:00:00
“이젠 돈이 증시로 올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만은 흔들림 없는 정책을 펴면서 넘쳐 나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들어 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 정부 역시 그런 선순환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강경한 부동산대책은 증시에는 일단 호재다. 부동산과 증시는 서로 역의 관계가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대책이 쏟아지면서 돈의 힘에 의해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다.
하지만 이는 막연한 스필오버(Spill-over), 즉 일출(溢出)효과에 대한 기대감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쪽이 막히면 400조원에 육박하는 과잉유동성이 증시로 흘러 올 수밖에 없다는 기대는 돈의 특성과 우리 증시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안이한 생각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자자금과 주식 투자자금의 성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부동산 투자자금은 안정성을, 주식 투자자금은 수익성을 좇는 특성 때문에 부동산 투자가 막혔다고 그 돈이 증시로 옮아오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설령 투자자금의 성격이 같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위험성이 큰 증시에 거액의 부동산자금을 맡길 사람도 많지 않다. 최근 한 달에 3번 꼴로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큰 손들은 여전히 주식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오른다`는 신호가 나온 뒤 움직이는 주식 투자자금의 후행성도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약하게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수없이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선취매를 강조해도 좀처럼 유입되지 않는 게 바로 주식 투자자금이다.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유인책이 필요하다. 증시부양책을 마련하라는 게 아니다. 지수연계증권(ELS) 등 증권신상품이 잇따라 나오고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연기금의 증시투자 확대방안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 돈이 자신의 돈이라면 불확실한 증시에 투자를 권유할 리 만무하다.
해결책은 증시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정권과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는 게 그 한 방법이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자제하고 보유현금을 늘려가는 것은 단순히 경기가 침체해서만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소비도 살아나기 어렵다.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부터라도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증시로 자금이 돌게 하는 방법이고, 증시가 살 수 있는 길이다.
<이용택(증권부 차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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