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은의 제7차(4월13일 개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시장의 기대를 적정 수준으로 유도해가는 것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며 "기대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기대가 중앙은행이 목적하는 바와 다를 때 이를 어떻게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대로 유도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뢰는 투명성ㆍ독립성ㆍ책임성에서 형성된다"며 "한번 말했으면 그대로 실행에 옮겨야 하고 말한 바대로 행동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해 '언행불일치'라는 지적을 받았던 김 총재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통위 의사록은 지난달 퇴임한 4명의 금통위원들이 마지막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적은 것이다.
이 금통위원은 또 "의사결정 과정뿐만 아니라 집행 과정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며 비실명인 금통위 의사록을 실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정부가 미시적 대책을 통해 물가안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한은은 그렇지 못했다"며 금리인상에 미온적이었던 김 총재에 날을 세웠다. 그는 "이에 따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고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해 중앙은행의 존재가치가 왜소화되지 않았나 반성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금통위원의 발언은 지난 2010년 하반기 금리인상을 미룬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010년 7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9월에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해 시장의 비난을 받았다. '동결 중수'라는 별명도 이때 붙여졌다. 김 총재는 금통위의 금리 결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해왔다. 김 총재가 이끄는 금통위가 금리동결을 결정할 때 매파인 김대식ㆍ최도성 위원만 종종 소수의견(금리인상)을 냈을 뿐 다른 위원들은 김 총재와 한 몸처럼 행동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의사록에서 김 총재의 '불통'과 금리인상 실기에 대해 비판한 두 사람의 금통위원도 김대식ㆍ최도성 전 위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은 안팎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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