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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5] 성장정체에 영업반경도 줄어 해외 진출·신사업 눈 돌려라

■위기의 캐피털사 어디로

기업여신을 핵심업무 지정… 저축銀과 달리 M&A 찬밥

현대캐피탈 美 차할부 진출… 효성캐피탈은 렌터카 주목


저축은행은 팔리고 캐피털은 안 팔린다. 두 업계의 엇갈린 앞날을 보여주는 시장의 솔직한 반응이다.

실제로 올 들어 웰컴금융그룹이 예신저축은행·해솔저축은행에 이어 서일저축은행 등을 연달아 인수했고 러시앤캐시는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제도권 금융에 입성했다. 경영 악화로 시장에 나온 골든브릿지저축은행도 조만간 조은저축은행의 품에 안길 예정이다. J트러스트는 업계 2위 아주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아주저축은행도 함께 가져오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캐피탈과 SC저축은행 인수 승인은 올해 안으로 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인수합병(M&A)시장에는 훈풍이 불어온 데 비해 캐피털 업계는 냉랭하다. 업계 2위인 아주캐피탈과 SC캐피탈 등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을 제외해도 KT캐피탈과 산은캐피탈·씨티캐피탈·두산캐피탈 등 지난해부터 소화되지 못한 매물들이 적체돼 있다. 앞으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가 캐피털사가 기업 여신을 핵심 업무로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익 정체된 캐피털 업계, 영업 반경마저 줄어=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여전사의 총 자산은 2011년 77조원에서 지난해 87조6,00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늘었지만 증가세는 7.9%에서 6.2%로 낮아졌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할부금융사의 경우 2008년 14.7%에서 지난해 8.6%로 크게 줄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2007년 이후 1조원대 안팎을 맴돌고 있다. 그나마 저금리 기조 덕택에 조달금리 혜택을 받고 있지만 금리 인상 압박이 시작되면 현재 수익률도 보장할 수 없다.

성장이 정체된 여전사들은 영업 구역마저 줄어들 처지에 놓였다. 여전법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 규모에 따라 캐피털사의 겸업 업무인 개인신용대출 비중을 전체 자산의 10~20% 이내로 규제하고 기업금융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현재 개인신용대출 기준을 넘는 캐피털사는 롯데캐피탈·BS캐피탈·씨티캐피탈 등이다.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롯데캐피탈은 전체 자산의 20% 수준인 가계신용대출을 10% 이내로 낮춰야 한다. 특히 업계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오토론이 가계신용대출과 더불어 겸업 업무로 분류됐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토론 영업 역시 장담할 수가 없게 됐다.



기업금융전문 캐피털사도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 기업금융전문 캐피털사의 임원은 "가계신용대출 전문 캐피털사들이 기업금융을 늘리기 위해 저금리를 들고 나올 경우 출혈 경쟁이 예상된다"며 "기업금융은 가계대출보다 건당 규모가 크고 리스크도 높아서 부실화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사업으로, 해외로 눈 돌리는 캐피털=이 같은 환경 속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캐피털사들은 해외 진출과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07년부터 미국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2011년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사 최초로 산탄데르 소비자금융과 합작, 영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미국과 유럽·중국까지 진출해 있다. 지난 상반기 해외 대출 자산 규모는 25조6,000억원으로 국내 20조원을 추월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례가 모든 캐피털사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라는 든든한 계열사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다른 캐피털사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부수 업무 확대를 통한 수익성 찾기에 나섰다. BS캐피탈은 올해 국내 캐피털사 가운데 최초로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내며 농기계나 오토바이·학자금 대출 등 현지 맞춤형 영업 전략을 펴고 있다. 공유경제의 성장으로 장기 렌터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렌탈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곳도 많다. 효성캐피탈은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어 렌터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BS캐피탈을 비롯한 다른 캐피털사도 렌터카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 캐피털사 임원은 "리스사로 출범해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성장한 일본의 오릭스그룹은 보험업과 부동산업·렌터카산업 등 다양한 영역 진출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리나라도 여전법 개정안에 일부 사업 규제가 완화되기는 했지만 렌터카 사업이 장기 렌터카에만 한정되고 부동산 사업도 자산 기준을 따지는 등 여전히 가림막이 많다"고 지적했다.

겸업 업무 위주의 성장보다는 기업금융이라는 정체성에 맞는 본업 중심의 먹거리 창출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2금융이 1금융과 차별성이 없었다면 최근의 정부 정책은 저축은행은 개인신용대출, 캐피털은 기업금융 쪽으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업금융 부문에서 캐피털이 은행이 할 수 없는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특화한다면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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