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이 7로 밀어가는 것을 보고 사이버오로의 해설자 정대상이 말했다. “고삐를 늦추지 않는군요. 한이라도 맺힌 사람 같아요.” 옆에 앉았던 서봉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이 맺혔지. 바로 1년 전에 한중천원전에서 패한 상처가 있잖아. 그뿐인가. 송태곤, 원성진, 박영훈 등등 친구들의 한까지 풀어야 하는 입장 아닌가.” 해설실에 들어와 있던 박영훈이 빙그레 웃었다. 흑7로는 가에 두어 상하의 연결을 확실히 해두는 온건책도 있었다. 그러나 최철한은 강수일변도로 가고 있다. 백12를 보고 서봉수가 말했다. “구리 녀석. 일단 깡은 좋아. 도처에 곤마가 있는 처지지만 공격적으로 가고 있어.” 백12는 일종의 유인책이다. 흑이 참고도1의 1에서 3으로 차단하면 못 이기는 척하고 물러서면서 2에서 8까지로 힘을 비축하여 우상귀 방면의 침공을 엿볼 예정이다. 흑으로서는 9로 잡아 일단락인데 이 진행으로도 흑이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최철한은 이 코스를 구리의 주문이라고 보고 외면해 버렸다. 흑19는 좌상귀의 백더러 어서 한 수 더 손질하여 살라는 주문. 참고도2의 백1이면 흑2, 4로 셔터를 내릴 작정이다. 구리는 그 코스면 백에게 희망이 없다고 보고 일단 20으로 버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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