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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까지 동원…'자원확보 전쟁' 나선다

대규모 실탄마련 자원개발능력 업그레이드<br>달러로 해외투자…환율·물가 안정 효과도<br>공기업과 이해조율·국민적 비판등은 부담


국민연금이 앞으로 10년간 총 20조원 규모의 자원개발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실탄’을 마련해 지지부진한 해외자원 개발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과 민간자금은 물론 연기금까지 동원해 자원확보전에 나선 셈이다. 국민연금으로서도 채권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경우 수익률을 높여 고령화 추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는 물론 환율 및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동시에 자원을 매개로 한 정치ㆍ외교적인 영향력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투자위험이 높은 자원개발에 나선 데 대해 국민적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에너지 공기업들과 이익배분이나 손실 분담을 놓고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자원확보 전쟁에 ‘실탄’ 마련=“이라크 전쟁은 석유를 얻기 위한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이다. 이처럼 전세계 국가들은 석유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할 정도로 자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ㆍ인도는 물론 일본도 미국과 갈등을 무릅쓰고 자원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ㆍ중남미, 러시아 등에서는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자원확보 전쟁에서 우리의 대응능력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올 8월 ‘3차 해외자원 개발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10년간 예산 10조원을 쏟아 붓고 민간자금 5조원을 조달하기로 했지만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10월 초로 예정된 광업진흥공사의 광물개발펀드 1호가 정확한 출시 일자조차 잡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더구나 자원개발사업의 특성상 실질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지난 2001년 해외유전개발 광구는 총 63개에서 올 6월 현재 96개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 중인 광구는 21개에서 29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고 탐사 중인 광구만 28개에서 56개로 대폭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펀드 조성은 해외자원 개발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실탄’, 즉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환율ㆍ물가 안정 등의 효과도=국민연금이 해외자원 개발을 위해 달러를 해외로 퍼낼 경우 환율안정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환 헤지로 환율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점차 환 헤지 비중을 낮춰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해외자원투자의 성과가 가시화할 경우 성장 저하, 물가 상승 등의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연금의 자원개발펀드는 사실상 국부펀드의 기능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펀드는 정부 자금으로 재원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국부펀드는 아니다. 하지만 20조원에 이르는 자원개발펀드를 지렛대로 삼을 경우 개발도상국 등에서 정치ㆍ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해외자원투자는 경쟁국에 비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원자재의 대외의존도 감소, 환율상승 효과, 해외 배당소득 증가 등 측면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 목표를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성격상 수익은 물론 안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석유공사ㆍ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과의 이해조정도 관건이다. 공기업들로서는 위험도 높은 탐사사업보다는 수익이 검증된 개발사업에만 참여하려는 국민연금이 반가울 수 없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이미 3~4년 전부터 자원개발투자 기회를 달라고 해왔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이 비호의적인 편”이라며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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