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株 줄줄이 '미끄럼'

조선업체들의 주가가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자금난 여파로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27일 증시에서 현대중공업은 전일보다 1.93% 떨어진 17만8,000원에 끝마쳤고 삼성중공업(-2.61%), STX조선해양(-2.84%), 한진중공업(-3.14%)의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4억6,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벌크선 4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에 힘입어가까스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날 대형 조선주들이 급락한 것은 대만 최대의 선사인 'TMT(Today Makes Tomorrow)'와 세계 5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독일의 '페더 될레 쉬파르츠'가 자금난으로 국내 조선업체에 발주한 선박의 납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대문이다.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MT는 현대중공업에 13척, 현대삼호조선에 8척, 대우조선해양에 7척, 현대미포조선에 3척 등 총 31척을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페더 될레 쉬파르츠 또한 8척의 컨테이너선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TMT의 자금난이 악화될 경우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의 약 80%에 대해 납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영향은 TMT가 CMA-CGM(세계 3위의 컨테이너선사)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 비중이 높아 상대 위험도가 크고 주가에도 단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반론도 나왔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특히 TMT가 자금난에 처하게 된 것은 탱커선이나 벌커선의 업황이 악화돼서가 아니라 TMT가 지난해 주로 했던 BDI지수선물 관련 파생상품 손실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며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자금난 소식은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