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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딜'이 시작된다] <4> 벤처 3대위기 극복방안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1999년 말부터 시작된 벤처 산업에 대한 관심은 투자와 수익의 관점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국가 경제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혁신형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에 대한 소규모의 실험을 하기에 매우 적절한 형태이며, 집중력과 빠른 실행능력을 통해서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벤처 산업은 세 가지의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경영의 위기’, ‘시장의 위기’, 그리고 ‘세계화(Globalization)의 위기’가 그것이다. 경영의 위기는 경영의 필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ㆍ실적ㆍ위기 관리와 제도 정비, 비전 제시 등이 취약한 결과로 나타난다. 이는 경영진들이 경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조직 관리가 미숙하다 보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시장의 위기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 또는 시장이 존재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생겨난다. 벤처 기업은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이것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면서 발전한다. 그러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을 개발할 때와는 전혀 다른, ‘캐즘(Chasmㆍ깊고 넓은 틈)’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캐즘’을 넘어 주류시장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SW 시장의 경우에는 소비자 시장의 부재, 대기업 SI(시스템 통합) 업체 위주의 유통구조, 정부의 잘못된 SW 구매 관행이라는 왜곡된 시장 구조 속에서 벤처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세계화의 위기는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소규모의 신생 벤처기업이라도 같은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기인한다. 특히 SW 분야는 예전에 가전제품이 누려왔던 관세장벽이나 스크린 쿼터 같은 제도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국내에서조차 살아 남기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3가지 종류의 위기 가운데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시장의 위기’다. 다른 위기들은 벤처기업 스스로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시장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납품 관행이나 SW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은 하나의 벤처기업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만은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각 시장 영역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역점을 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한시적인 인센티브나 처벌 조항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 하다. 현재는 작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국가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부분에 대한 정책적인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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