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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사실 의도적 은폐" 의혹
입력2004-06-24 18:58:14
수정
2004.06.24 18:58:14
■AP통신 '피랍문의' 파문<br>외교·안보 라인등 위기관리 시스템 쇄신 필요성 제기
"피랍사실 의도적 은폐" 의혹
■AP통신 '피랍문의' 파문외교·안보 라인등 위기관리 시스템 쇄신 필요성 제기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된 직후인 이달 초 미국 AP 텔레비전 뉴스(APTN)로 배달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총을 겨누는 모습으로 이라크내 미군의 위협적인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YTN TV 촬영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이번 김선일씨 피랍 사건을 접한 국민들이 한결같이 갖게 된 의문이다. 더욱이 AP텔레비전뉴스(APTN)의 비디오 테이프까지 공개되면서 정부의 외교ㆍ안보시스템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는 관련자 인책은 물론, 외교시스템 전면 쇄신 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24일 자료를 통해 "지난 6월3일 외교통상부에 김선일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라크에서 납치되거나 억류된 사실이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밝혔다. AP통신 기자가 김선일씨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외교부는 최소한 적극적인 확인 작업을 했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김씨가 살해되기 20여일 전에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고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아 결국 김씨를 살해되게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특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 출석, "정부가 김씨 납치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 그런 사안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알 수가 없다"며 "다만 여러 노력을 했으나 연락이 어떤 경로로 될 수 있을 지 몰라 알 자지라 방송에도 저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출연해 납치범이 알 수 있도록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의 이날 발언은 납치범들이 제시한 24시간이라는 촉박한 시한 때문에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외교부의 적극적인 대처에 대한 아쉬움은 오히려 더욱 커지게 됐다.
이 같은 외교부의 무신경함은 자연스레 정부의 외교ㆍ안보시스템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김씨 납치가 알려진 21일 이후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수 차례 열었지만 결국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납치단체의 성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지 성직자 등 민간 단체들과 접촉에만 열을 올리는 등 '헛발질'만 거듭했다. 이라크 추가파병방침을 최종 확정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사무처를 중심으로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납치범이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협상창구 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파병방침만 재확인하는 등 협상여지를 없애버린 것은 초보적인 대응 자세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김씨의 죽음을 불렀다는 비난이 일면서 관련자 인책은 물론 외교ㆍ안보시스템의 전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4일 열린 국회 현안질의에서도 의원들은 한결 같은 목소리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며 시스템 정비를 강력히 요청했다. 특히 정치권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물론 이종석 NSC사무차장 등의 경질도 요구할 태세여서 김씨의 사망은 국정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임동석 기자 freud@sed.co.kr
입력시간 : 2004-06-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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