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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이제 누굴믿나"

투자자들 "이제 누굴믿나" "은행감자 없다" 해놓고… '이제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6개 은행의 완전감자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불과 7개월전마 하더라도 은행감자는 절대 없다던 정부의 말이 완전 뒤짚어진 18일 거래소시장에서는 이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며 분노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거래가 정지돼 은행주를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된 한 투자자는 "지난 5월 17일 당시 재경부 장관이던 이헌재씨가 '더 이상 은행 감자는 없다'고 해 주식을 갖고 있었는데, 진념 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그것도 휴일에 완전감자를 발표했다"며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완전감자발표에서 보았듯이 이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뿌리채 상실했으며, 이 같은 정책에 대한 신뢰는 곧 관리들은 물론 현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운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변경은 단순히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상실한 것은 물론 이를 믿고 주식을 샀던 소액주주나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도 잇따라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공적자금을 7조원이나 퍼부은 뒤에 이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한 정책실패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은 감자가 없다는 사실을 7차례나 강조했었다. 공적자금 추가 투입이 필요하더라도 후순위채나 우선주 인수방식을 사용,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끌어올리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채 안돼 진념장관은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았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투자자들의 눈과 귀도 정부에 의해 억지로 가려졌다. 금감위는 지난 6월말 은행들의 반기결산 실적을 공표하면서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8%대 이하'라고만 뭉뚱거려 발표됐을 뿐이다. 잠재부실이 얼마나 되고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는 연말에 밝히겠다고 미뤘다. 막상 연말이 다가오자 발표한 게 '완전감자'다. '투명한 공시' 원칙을 정부 스스로 내던진 셈이다. 정부가 집단소송에 말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아직도 정부는 자세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지난 6월말 순자산가치가 2조2,432억원에 달했지만 6개월만에 자산가치 마이너스 은행으로 전락해 공적자금을 추가로 받아야만 연명할 수 있는 은행이 됐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규명하지 않고 있다. '공적자금 추가투입, 완전감자'가 미심쩍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정보의 대칭성'에서도 소외당했다. 은행주 완전감자가 서면결의된 지난 토요일 이전에 이미 시장에 정보가 흘러 나갔고 이틈을 타서 일부 세력은 주식을 처분했으나 일반투자자는 눈 뜬채 당하고 말았다. 정부는 '장이 열리지 않는 토요일에 정책이 발표돼 파장을 최소화시켰다'는 입장이지만 수능시험 답안지의 사전 유출과 다를게 없다. 공적자금 투입의 기본인 '적재적소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 것도 문제다. 서울은행은 상반기부터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했고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투입시기는 계속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결국 시기를 놓쳐 들어갈 돈만 늘어나게 됐다. 모든 게 국민의 부담이다. 정부에 의한 모럴해저드, 정책 실패의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이헌재 장관은 장기외유중이며 진 장관은 '구조조정의 마무리'만 강조하고 있다. 피해는 투자자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6개 감자은행 가운데 소액주주가 없는 서울은행과 우선주가 많은 평화은행을 제외한 4개은행의 소액투자자는 25만5,800여명. 보유주식은 2억8,000주(99년말 기준)에 이른다. 감자로 인해 이들 주식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98년9월 한빛은행 감자 때에는 주식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졌었다. 증권가에서는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시가의 3분의 1이하에서 결정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감위는 서둘러 '주식매수청구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흘렸지만 이제 아무도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 정책실패가 시장불신을 낳고 다시 정책불신과 시장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타고 있는 셈이다. 그 비용이 8조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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