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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종합상사 벤처사 젖줄 부상/은행들 대출기피 틈타 투자 강화

◎입지확대 노려… 해외 판매대행도【동경 AP­DJ=연합 특약】 일본경제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악성부채에 짓눌려있는 일본의 은행들이 높은 투자위험을 의식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나선 종합상사들은 과감한 벤처투자를 통해 일본을 탄력적이고 서비스지향적인 경제로 탈바꿈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동경의 케이블방송사인 케어넷은 의료계를 대상으로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거절당하고 미쓰이상사계열의 벤처캐피탈회사인 MVC로부터 2주일만에 3천만엔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케어넷의 공동창업자인 하다 미쯔이로는 『은행에서는 사업얘기를 꺼내는데만 6∼7주가 걸린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매출액을 늘리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만 급급해왔던 종합상사의 오랜 관행을 감안할때 이같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셈이다. 이토추상사의 계열사인 이토추테크노사이언스의 사타케 히로 회장은『이제 과거처럼 물건을 유통하는 방식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정보혁명시대를 맞아 이제 더이상 중간판매인은 필요없으며 우리는 틈새시장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 틈새시장이 바로 벤처캐피탈인 것이다. 일찍부터 창업기업의 자금업무를 담당했던 살로먼브러더스사의 구로베 미쯔오 이사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벤처기업에 수천만달러의 자금도 거리낌없이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이토추는 성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담할 벤처캐피털펀드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건강의료분야를 주력분야로 삼아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미쓰이상사는 이동통신시스템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모빌커뮤니케이션도쿄에 처음으로 투자한데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본 만화책을 만드는 출판사의 최대 투자가다. 미쓰비시상사는 지난해 일본 슈퍼체인과 미국의 온라인판매업체인 CUC인터네셔날을 연결시켜 합작기업을 새로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미쓰비시는 정보통신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본네트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종합상사들은 또 단순한 자금 투자뿐만 아니라 세계에 걸쳐있는 지점망을 통해 투자기업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다팔거나 새로운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주는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이들이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경제구조 변황에 따라 종합상사의 입지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요 종합상사들은 화학제품부터 자동차까지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종합상사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유통망에서 탈피해 세계로 직접 뻗어나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종합상사들은 과거 2차대전이후에도 해외지점망을 통해 대기업들의 수출용 기계를 내다파는 등 초기 경제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었다. 『전통적이고 오래된 회사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만 나는 규모가 작다면 어떤 업체에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는게 사타케 히로 회장의 투자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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