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하반기 들어 서민금융 정책의 고삐를 한층 더 조이고 있지만 일부 대형 유통그룹들은 늦장 대응 하거나 아예 외면하고 있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사업초기부터 서민 접촉 창구를 확대하기 위해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홈플러스 등에 미소금융사업 참여 및 지점망 개설 협조 등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기업은 각 지역내에서 교통이 편리한 요지에 매장을 두고 있어서 서민들의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미소금융 점포를 낼 수 있다 "며 "이에 따라 미소금융사업 참여를 제안 받았지만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소금융사업에 참여했지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도 있다. 롯데그룹이 그 대표 사례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미소금융사업을 개시한 지 8개월 동안 개설한 영업점이 서울 남대문시장 입구 1곳에 불과하다. 롯데그룹도 여론의 눈총을 의식해 오는 30~31일께 부산 사상구에 2호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다른 주요 은행ㆍ대기업들이 이미 3~7곳에 이르는 지점을 갖추고 있고, 연말까지 추가로 더 지점을 내겠다고 나선 것에 비하면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많이 뒤쳐져 있다.
롯데그룹의 미소재단 사업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출연금 자체가 적어 지점 확대를 위한 경비 등을 조기에 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향후 10년간 출연하기로 한 자금은 연간 50억원인데, 이중 대출 재원이 아닌 운영경비로 쓸 수 있는 것은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점을 늘릴 경우 운영경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MB(이명박 대통령)는 군, 성남시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제 2롯데월드 사업의 추진을 지원했는데 정작 롯데그룹은 MB의 친서민정책에는 성의만 보이는 시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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