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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요인 맞물려 대세 하락기… 1050원선 붕괴도 시간문제"

환율 35개월만에 1060원 아래로<BR>유럽 금리인상 달러 약세 여파, 글로벌자금 다시 신흥시장으로<BR>KB국민銀 자사주 해외매각등 수급요인도 추가하락에 힘실어<BR>당국 1050원선서 개입 가능성

8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의 글로벌마켓영업부 딜러들이 환율 시세판을 응시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원10전 내린 1,057원으로 마감해 지난 2008년 8월21일(1,05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호재기자

"'3박자'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원ㆍ달러 환율이 1,060원 밑으로 떨어지자 한 외환딜러는 이렇게 평가했다. 유럽의 기준금리 인상, 물가불안, 무역수지 흑자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1,050선 붕괴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외환당국의 달러매수 개입 경계감으로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국이 달러당 1,050원을 일단 저지선으로 치겠지만 무리해서까지 방어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글로벌 달러약세 불가피=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약세의 영향을 받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자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이다.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가 수습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떨어지던 차에 ECB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일본이 대지진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중동 정정불안이 해소된 점도 달러화의 매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글로벌 자금도 다시 신흥시장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외국인들은 1조원가량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으며 중국 인민은행 등 큰손들도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도 풍부하다. 미국이 2차 양적완화(QE2)를 종료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는 긴축모드로 돌아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가불안이 원화강세에 힘 실어=최근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국내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도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원화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0% 떨어질 경우 소비자물가가 0.5~0.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도 환율하락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무역수지가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무역수지 흑자는 33억달러로 전달보다 11억달러 증가하면서 1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 흑자를 290억달러로 당초 예상보다 15%가량 상향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국내에 달러 유입을 증가시켜 환율하락 압력으로도 작용한다. 수급상으로도 추가 하락요인은 남아 있다. KB국민은행의 자사주 해외 매각이다. KB는 오는 12일까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자사주 1조8,000억원(17억달러)어치를 매각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추가로 달러를 사들이고 원화를 사들일 요인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환율하락 어디까지=전문가들은 올해 초 원ㆍ달러 환율이 연말에 1,000~1,04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이런 전망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는 않고 있다. 정부도 환율하락을 막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인데 1,050선에서 본격적인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시장도 정부가 1,050선 붕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50선에서 미세조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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