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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 현금카드 ‘선진화’냐 ‘헛발질’이냐] 비용 최소4兆… 효과는 “글쎄”
입력2003-07-17 00:00:00
수정
2003.07.17 00:00:00
이진우 기자
`IC카드가 과연 불법 현금인출 사고의 근본대책이 될 수 있을까`
시중ㆍ지방은행과 국책은행 등 전 은행이 기존의 MS(마그네틱띠) 현금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는 금융 스마트카드 사업이 오는 10월 시범운용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시작된다. 현금카드를 위조해 고객의 예금을 불법으로 인출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서둘러 도입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은행권 전체로 4조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초대형 프로젝트지만 회의론이 적지 않다. 아직 스마트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여건인데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는 주변사람이 비밀번호를 빼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금융감독원은 현금카드로 인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지난 4월 신용카드와 현금카드, 직불카드를 오는 2008년까지 모두 IC카드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오는 10월 현금카드를 시작으로 IC카드로의 전환작업에 단계적으로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대만이나 홍콩, 말레이시아 등 해외의 대다수 나라에서는 신용카드부터 IC카드로 전환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현금카드를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영난에 처해 있는 카드사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정공법을 피해 은행권을 먼저 동원하는 고육지책을 썼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일이 꼬인 셈이다. 현금카드 약 1억5,000만장을 IC카드로 바꾸려면 최소 1조~1조5,000억원(장당 6,000원~1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카드조회기와 은행 현금지급기의 교체 및 업그레이드까지 포함하면 최소 4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고 방지 근본대책 `의문`= 과연 IC카드가 현금인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여전하다. 지금까지 일어난 현금인출 사고의 90% 이상이 피해자 주변인물이나 금융회사 직원 등에 의해 비밀번호 등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IC카드로 바꾸면 카드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실제 사고는 카드복제가 아닌 곳에서 대부분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근본적인 사고예방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IC카드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카드가 되려면 적어도 IC칩의 용량이 최소 16K바이트나 32K바이트급은 돼야 하지만 상당수 은행들은 비용부담 때문에 1K나 4K 바이트급의 IC카드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K바이트급 이상은 장당 최고 1만원이 필요하지만 1~4K바이트급 정도면 2,000~3,000원 정도로 막을 수 있기 때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K나 4K급이면 현재 M/S 현금카드의 마그네틱 띠에 있는 정보를 IC카드로 그대로 옮겨 놓는 정도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 서둘러 현금카드를 IC카드로 바꾸기 보다는 국가적으로 종합적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C카드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카드가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효용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예를 들어 공무원 전자신분증이나 의료보험의 스마트카드화, 서울시 교통카드, 도로공사의 고속도료 통행료 수납 등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IC카드 사업의 주체들과 협의해 다기능화를 꾀하면 투입원가를 서로 분담하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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