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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것이 급소] <24> 서비스 산업 운명은

'미국식' 아닌 '한국형 모델' 찾아라<br>'교육 3不정책' 폐지·민간의료 개막등 메가톤급 파장<br>계층간 차별화·상업화 부작용…득실따져 협상 임해야


잃는 것이 더 많을까. 아니면 강해질까.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한미간 이견 없이 합의를 보게 될 사안 중 하나가 서비스업이다. 이 분야의 경우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미국과 개방을 통해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한국의 전략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 한덕수 부총리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이 나서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적을 제거하다)’ 전략을 대내외에 천명한 상태다. 이해집단의 충돌 등 강한 내부 반대로 진전이 없는 서비스 시장 개방을 FTA(남의 칼)을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의 경우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 역시 적극적이고 공격적 개방을 추구, 그 어느 분야 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강기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방을 한다고 국내 서비스 산업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져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교육, 3불(不) 정책 폐지가 다가온다 = 기여입학,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금지 등 이른바 3불 정책은 우리 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미 FTA는 이 같은 3불 정책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위력을 갖추고 있다. FTA 협상에서 미국은 우리측에 교육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특정 지역에 한정된 미국 영리법인의 교육시설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는 미국 교육 인력의 자유스러운 한국 이동 보장도 포함돼 있다. 얼마 전 인천 경제자유구역에서 첫 착공된 송도 국제 학교가 한미 FTA가 발효되면 전국 곳곳에 설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의 설립으로 인해 평준화 정책 폐지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 민간 의료 서비스 시대 온다 = FTA에서 의료 분야는 ▦영리 의료기관 허용 ▦ 의료보험 투자 자유화 ▦수입 의약품 제한 규정 철폐 ▦ 의료품 지적재산권 보장 등이 핵심 이슈다. 여기에 개인 건강보험 허용도 한미 FTA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적인 스탠스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한가지 원칙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의료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것이다”고 전략을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우리의 의료시장에 대해 분석을 끝내 놓은 상태다. FTA 협상을 앞두고 작성된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간 의약품 생산량은 연간 40억 달러로 세계 15위 규모다. 반면 평균 수입 의약품 비중이 한국은 30%(다른 나라 50~70%) 밖에 안 된다는 것. 한국은 복제약을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의회 보고서의 골자다. ◇득과 실, 한국 교육ㆍ의료 통상전략은 = 교육ㆍ의료 시장 개방에 대해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교육의 경우 수 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미국이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계층의 고급 교육 편중도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교육 단체에서는 ‘자국 교육에 대한 국가 통제력 상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의료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의료 시민단체들은 ▦한국 의료 제도의 전면 상업화 ▦지재권 강화를 통한 약값 폭등 ▦사설 의료시장 확충에 따른 계층간 의료 서비스 차별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육ㆍ의료 시장 개방이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서비스 산업 발전도 어느 정도 기대가 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교육ㆍ의료 서비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FTA에 따른 득과 실이 확연히 구분된다”며 “문제는 실과 득을 적당히 고려해 효율적인 통상전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서비스 산업 발전이 곧 미국식 체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한국형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가 미국을 역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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