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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 “이라크戰 늦춰라“
입력2003-01-12 00:00:00
수정
2003.01.12 00:00:00
김창익 기자
미국이 걸프지역에 병력 3만5,000명을 추가 파병키로 하는 등 이라크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상들이 유엔 무기사찰단이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대 이라크 개전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 미국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당초 유엔의 이라크 무기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인 오는 27일 직후인 내달쯤 전쟁 발발을 점쳐왔으나, 이같이 국제사회의 전쟁 연기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유엔의 추가사찰이 마무리 될 때까지 수개월 정도 전쟁이 미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전 연기에 대한 세계 정상들의 이 같은 요구는 지난 9일 유엔 무기사찰단이 중간 보고에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금지된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밝히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장 피에르 라파엘 프랑스 총리는 다음날인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기의 세상에서 우리는 보다 현명한 프랑스를 필요로 한다"며 "프랑스는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금지된 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이라크와의 전쟁 반대를 표명했다. 이어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자국이 병력과 항공기, 군함 등을 이라크 무기해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으나 이는 사찰단의 임무가 마무리된 후에나 가능하다고 못박는 등 전쟁 연기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원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유엔이 27일 무기보고서를 제출한 직후 워싱턴을 방문, 부시 대통령에게 유엔이 재사찰을 마무리하는 2월 또는 3월 이후로 전쟁을 연기토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전쟁 연기에 대한 외부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목적 자체에 대한 비난이 대내외적으로 나오고 있어 미국의 다음 행보가 보다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데니스 할리데이 전 유엔 이라크인도주의프로그램 사무총장은 같은 날 "미국의 목적은 분명 다른 데 있다"며 "부시 대통령이 세계 1위의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에 대한 통제에 어려움을 느껴 제2의 석유생산국인 이라크 장악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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