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국내 최초로 설립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ㆍ스팩)가 인수합병(M&A) 무산으로 끝내 좌초했다. 또 최근 설립된 스팩들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스팩의 M&A 실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처음 설립한 스팩 'NAIC(북아시아투자회사)'가 지난해 7월 상장 폐지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NAIC는 강찬수 전 서울증권 회장 등이 지난 2008년 7월 자본금 5,000만달러로 설립한 국내 최초 스팩으로 상장 폐지 이전까지 미국 아메리카증권거래소(AMEX)에 상장됐다. NAIC는 지난해 1월 미국 금융지주회사인 퍼시픽시티파이낸셜(Pacific city financial corporation)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투자자들이 합병에 반대하면서 3개월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NAIC 측은 설립 후 2년째가 되는 지난해 7월29일 이전에 새로운 합병 대상을 발굴하겠다고 밝혔으나 마땅한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스팩은 정관상 설립 2년 후까지 합병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 공모금액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해산하게 돼 있다. NAIC의 한 관계자는 "퍼시픽시티파이낸셜과 합병계약을 마쳤으나 막바지 단계에서 계약이 무산됐다"며 "수익자들이 지난해 7월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NAIC의 상장폐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나머지 국내 스팩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스팩 담당자도 "NAIC는 케이맨제도에 설립돼 미국 증시에 상장된 만큼 국내 스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 상징성으로 미뤄볼 때 국내 스팩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들도 M&A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3일 국내에 첫 상장된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을 비롯해 미래에셋제1호스팩ㆍ현대드림투게더스팩ㆍ동양밸류오션스팩 등 총 4개 스팩이 이달 중 상장 1주년을 맞고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 수도 총 22개에 달하지만 M&A가 성사된 사례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스팩 중 올해 안에 합병 성공 사례가 나올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담당자는 "올 초 거래소가 증권사 스팩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합병 진행사항을 점검한 결과 현재 구체적인 합병계획이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제도가 바뀌면서 우회상장 대비 스팩의 강점으로 꼽히는 시간과 비용절약이라는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져 합병 작업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스팩의 성과가 부진한 것은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우회상장 요건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합병 추진 과정에서 비상장법인의 가치가 과대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합병가액 산정방법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비상장사를 상장할 때 받는 프리미엄은 크게 줄어들었다. 상장요건도 까다로워졌다. 올해 1월 금감원은 스팩의 변칙적인 우회상장 시도를 막겠다며 우회상장 수준의 심사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상장 대비 빠르게 상장할 수 있다는 장점마저 희석된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스팩들이 올해 상장 2년차를 맞으면서 합병 대상 기업 물색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상장 프리미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IPO 시장까지 찬바람이 불고 있어 장외 우량기업이 스팩에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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