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자체 지하철 빚 재정지원 추진] 추가건설 중단ㆍ요금인상 불가피
입력2004-01-05 00:00:00
수정
2004.01.05 00:00:00
권홍우 기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추진중인 지하철 부채 상환에 대한 협약은 한 마디로 채무재조정(리스케줄링ㆍrescheduling)을 위한 양해각서(MOU)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이나 국가간 채권협상에서나 보던 협약이 재정에도 도입되는 셈이다.
중앙과 지방정부간 MOU체결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을 짓눌러 온 지하철 채무 문제를 놓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댔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협약이 맺어지면 크게 두 가지 파장이 예상된다. 하나는 지방 지하철 추가 건설이 힘들어지고 요금인상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둘째는 지방정부의 예산사용과 사업추진은 물론 국가전체의 예산 사용에 일대변화가 예고된다는 점이다.
◇협약 추진 배경=밑빠진 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작년말 현재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지자체가 안고 있는 지하철 부채는 이자까지 포함해 13조3,325억원. 총부채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부채가 늘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지하철 운행을 가장 먼저 시작한 서울의 지하철 부채는 5조7,343억원. 서울시 전체 부채의 91.7%에 해당한다. 총부채에서 지하철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부산 52.9%, 대구 46.1%, 인천 44.8%, 광주 26.6%, 대전 26.3% 등이다. 운영을 시작한 순서와 부채비중의 경중이 똑같이 일치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빚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광역시들의 지하철 부채 비중이 서울시처럼 9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방 지하철 추가건설 힘들어져=협약의 골자는 `더 이상 빚을 늘리지 않는다면 정부가 돈을 대주겠다`는 것. 이자는 제외하고 건설로 발생한 부채와 운영비 적자의 원금중 40%를 정부가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방정부가 더 이상 지하철 공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항목도 포함될 예정이다. 지원 총액은 약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늘어나는 빚을 얻기 위해 또 다시 빚을 얻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지자체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부채를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더 이상 지하철을 확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장기 교통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지자체도 있다. 더 골치 아픈 문제는 요금 현실화 압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영업적자 최소화를 위해서는 운행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요금의 원가보전율이 서울 56.6%, 부산 55.5%, 인천 34.8%, 대구 18.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큰 폭의 인상이 예상된다.
◇총대 매기 어렵다, 회의적 시각도=선출직인 지자체 단체장이 `인기가 떨어질 게 불 보듯`한 추가건설 중단과 요금인상을 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협약을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앙ㆍ지방정부의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협약이 논의되는 와중에서도 `지방지하철공사의 통합해 국가 운영한다`는 내용의 의원입법이 추진된 적도 있다. 지방의 지하철 부채를 모두 국가가 떠 안으라는 이 같은 의원입법은 성안되지 않았지만 부채를 국가의 몫으로 돌리려는 지자체의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가 지하철 건설 단계, 재정형편에 따라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협약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지방예산 사용 55년만에 변혁=그러나 정부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협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협약이 맺어지면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오던 지방 예산의 책정과 부채 처리가 지방 중심으로 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수립 후 55년만의 변혁이 협약에 담겨 있는 셈이다. 더욱이 특히 2005년부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발효돼 정부 각부처에서 정하던 예산 신청액 산정 등도 당장 2004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지방정부의 권한과 의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겉으로는 지하철 부채에 한정돼 있지만 전체 예산의 53%를 사용하는 지방의 살림살이와 국가운영의 큰 틀이 바뀔 경우 국가재정 계획의 수립과 집행도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협약은 이 같은 변화의 예고편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오늘의 핫토픽
![](https://img.sedaily.com/Html/common/footer_logo.png)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