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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풍향계] M&A기업 신용등급 평가기준 제시

회사채 시장 불안 최소화해야

단두연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리서치팀 차장

기업들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기업간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한다. 지난 2005년 이후 대표적인 M&A 사례로 꼽히는 것이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와 SK의 인천정유 인수다. 또 지난 해에는 금호아시아나컨소시엄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규모 M&A는 피인수 기업의 펀더멘털과 인수 주체의 자금조달 부담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해당기업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신용등급 변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2005년 4월 하이트맥주가 진로 인수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신용평가사들은 본계약이 체결되기도 체결되기도 전에 하이트맥주의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높였다. 같은 해 SK는 인천정유 인수를 위해 9월 MOU를 체결한 이후 본사 건물까지 매각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12월 본계약 체결에 성공해 이듬 해 2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가 SK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으로 상향(BB+→BBB-)했다. 이들 모두 M&A에 따른 중장기적인 시너지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컨소시엄은 지난해 6월 캠코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12월에 지분인수를 마무리했지만 이로부터 2개월이 지난 뒤 신용평가사들은 인수에 따른 과도한 재무부담 증가를 이유로 금호산업을 포함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동반하락시켰다. BBB급 회사채 발행ㆍ유통시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8%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신용등급의 하락으로 인한 시장의 일시적인 충격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통해 투자자들은 M&A를 통한 기업의 성장전략이 신용등급을 높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대우건설 매각 이후 현대건설이 M&A시장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경우 현재로서는 4조원 내외의 대규모 인수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대그룹을 비롯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앞으로 M&A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이 채권투자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M&A가 기업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판단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보다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신용평가 기준을 투자자에게 제시한다면 회사채에 대한 투자회피 욕구를 조금이나마 줄임으로써 회사채시장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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