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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택배협회’ 설립
입력2004-02-20 00:00:00
수정
2004.02.20 00:00:00
안길수 기자
“택배협회 설립이요? 말만 많았지 정작 회사 사정이 나빠지니까 언제 그런 말이 오갔냐는 듯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요. 안 기자가 보기엔 협회가 설립될 거 같습니까?”
국내 한 택배업체의 중견 간부는 택배협회 설립이 잘 진행되느냐고 묻자 오히려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택배업체들이 시장 활성화와 공정경쟁을 위해 구성하려던 `택배협회`설립이 업체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택배ㆍ대한통운ㆍ한진택배ㆍCJ GLS 등 8개 택배업체는 `제살 깎아 먹기 식`의 과당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지난해 10월 실무자들이 모여 택배협회 설립을 위한 첫 모임을 가졌다. 당시 각 업체들은 업계 과당경쟁을 막고 우체국의 본격적인 택배사업 진출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공감대를 갖고 올해 3월 출범을 목표로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다.
택배업계는 시장 규모만 연간 1조4,000억원에 달해 국내 유통업계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그 동안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변변한 단체가 없었기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2월이 다 지나가는데도 택배사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신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설 특수 등으로 실무자 모임을 열지 못했던 것”이라며 “오는 3월께는 협회 설립을 위한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반면 업계 한 실무자는 “이는 단지 표면적인 이유일 뿐 개별 택배사들이 서로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부분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회사 측에선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돈 벌이`와 무관한 일에 회사 인력을 `쓸데 없이` 허비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만 보면 협회를 설립하겠다던 택배사들의 호언장담은 공염불(空念佛)이었던 셈이다. 협회 설립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택배사들의 가격 덤핑 현상은 심해지고 있어 출혈 경쟁을 규제할 수 있는 자율기구 설립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던가. 택배사들의 지금 모습은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어두워 더 큰 실리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업계 공동의 이익을 지키고 과당 경쟁을 막을 수 있는 택배협회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생활산업부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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