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속속 올리면서 가계ㆍ중소기업의 부실화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을 경우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을 회수할 예정이어서 서민ㆍ중소기업들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최근 대기업ㆍ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중소기업ㆍ내수 등으로 확산되지 않을 경우 가계ㆍ중소기업의 파산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출금리 오름세 확산=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국고채 금리 등이 들썩이면서 은행의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이번 주 기존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3개월 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71∼4.41%로, 지난 6월말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신규 대출자는 이보다 훨씬 높은 연 5% 중후반의 금리가 적용된다. 3년짜리 고정금리 대출은 5.54~7.24%로 6월 말보다 0.31%포인트나 인상됐다. 최근에는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가 개별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 역전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A은행의 집단대출 금리는 최고 5.5%로 개별 주택담보대출 금리(5.45%)보다 높다. 통상 개별 주택대출 금리보다 0.5~0.7%포인트 낮다. 이는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최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집단대출을 예외로 인정하면서 은행들이 집단대출 금리를 높여 이익을 내려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세다. 우리은행의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는 연 5.60∼8.55%로 6월 말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주부터 1년제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를 그 전주보다 0.12%포인트 오른 7.64∼7.79%로 고시했다. 이 같은 대출 금리 상승세는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는 지난 14일 현재 연중 최고치인 2.47%까지 상승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최근 연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돼 대출금리는 한동안 상승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가계ㆍ중소기업 부실화 우려 증폭= 이지언 금융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이날 ‘우리나라 기업부문 부실에 대한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업의 단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상장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업체가 4개 늘어나고 단기 차입금 가운데 1,360억원이 추가로 부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부실기업은 12개가 증가하고 부실 가능 대출금은 1조2,98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상장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 상태나 수익성 등이 우량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 때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국내 기업들의 원화대출 잔액은 507조5,000억원으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기업들의 이자부담은 5조750억원이나 늘어난다. 더구나 정부 중소기업 대책의 기본 방향이 ‘일자리 유지를 위한 유동성 공급’에서 ‘구조조정’으로 옮아가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이미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심사를 강화해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은 회수하고 신규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말까지 부실여신비율을 6월말 1.5%에서 1%로 낮추라고 요구해 대출 여력도 크지 않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 전액 만기가 연장된 약 160조원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만기 재연장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서민 가계의 경우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들이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차등화하려는 방안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은 9~10등급 차주에 0.1~0.2%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물리는 반면 우량 등급차주에는 0.1~0.2%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준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는 우량 등급의 차주보다 0.2~0.4%포인트 높아진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대출이자 등이 늘어나면 서민과 중소기업 등 금융약자들의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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