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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공연가에 벤처 새 기운

클래식·콘서트 인터넷 자금모집 잇달아독특한 춤 세계로 널리 알려진 중견 무용가 A씨는 공연을 앞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연습실이 없어 지방을 포함한 세 군데로 단원들을 이끌어야 했던 그가 '하나 남은 작은 아파트'마저 팔아 수도권내에 가건물 연습실을 지을까 생각중인 것. "(무용하느라) 집만 해도 여러 채 날렸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 그이지만 이번 공연에 중고교생 꿈나무 200여명을 무료 초청하는 걸 잊지 않았다. '예술적 상상력'을 흔히 21세기 우리 사회를 이끌 키워드라 한다. 하지만 우리 공연예술 분야의 속사정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유입되는 자금도 한시적이고 공연 기획 및 프로세싱 전 과정이 조악한 것이 사실이다. 기업에의 기부금 모집을 금하겠다는 당정의 입안에 온 공연계가 사활을 걸고 일어나야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공연가에 요즈음 새 바람이 일어나고 있어 화제다. 조직력과 기획력의 벤처 정신을 기반으로 공연계의 풍토를 바꾸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분야에 도입됐던 인터넷 공모가 공연계에서도 첫 물꼬를 터 관심을 모은다. 공연기획사 쎌 인터내셔널과 인터넷 증권전문 사이트 바이스톡(www.buystock.co.kr)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콘서트 전용펀드를 공모했다. 투자대상은 30~40대 중장년층을 위해 예술의전당이 마련한 '2001 야외 음악축제'가운데 '해바라기의 숲속의 음악회'(5/25~27), '재즈 아티스트 대니정 콘서트'(6/1~3), '틴틴 파이브 콘서트'(6/7~10), '라틴재즈& 살사 코바나 콘서트'(6/15~16) 등 4개 행사가 그 대상이다. 총 공모 대상 금액은 3억7,000만원이었는데, 마감결과 약 150인명이 참여해 2억원의 민간 자금이 모아졌다.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쎌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80%이상의 높은 흥행성을 보였던 정기 행사이기에 이번에도 티켓 판매의 호조가 기대돼 플러스 수익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한다. 또 "펀드 공모는 안정적인 제작비 확보가 가능하고 세입구조가 투명해져 주먹구구식인 공연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며 "투자 회수 기간이 최고 3개월에 불과하고 투명한 공개 및 정산이 보장돼 있어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더 많은 투자자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함춘호 한상원 정선 등 기타리스트 3인의 'G3'공연(6월28일~7월1일, LG아트센터)과 예술의전당의 '가을 야외음악축제'등의 펀드공모를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 갈 계획이다. 공연문화의 산업화, 대형화를 모토로 7개월간 장기공연에 나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12월 1일 개막을 앞두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작을 담당할 ㈜제미로는 동양제과(35%) 하나로통신(35%) SBSi 도레미레코드 등이 참여해 설립한 뮤지컬-영화-음반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총 자본금은 28억 5,000만원(자본 잉여금 포함 50억원) 규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총 투자금액이 100억원대 규모여서 화제를 모았다. 초기 제작비 50억원중 30%는 코리아 픽처스가 투자하며 2~3개 업체가 역시 총 30% 정도의 투자를 놓고 현재 조율중이다. 제미로의 최영환부장은 "우리가 지닌 아이템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면서도 "공연 및 음반 업계는 프로세싱 전과정이 후진성을 띄고 있기에 이 분야의 체계화를 앞당기는 게 목표"라고 답한다. 설도윤 공동 대표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수입해 왔을 때도 외화낭비를 한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선진국의 노하우 및 콘텐츠를 습득하는 계기가 됐다"며 "국내 공연 사상 최대인 연인원 6만5,100명이 참여하기에 대규모 문화인력 창출, 양질 컨텐츠의 지속적 생산, 공연산업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발레시어터(SBT)가 아시아 스타 네트워크(ASN)와 맺은 전속 계약도 이런 사례중 하나다. ASN은 최근 2년간 SBT의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고 마케팅을 대향하며 기획에도 참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SBT에 투자될 총 금액은 100억원대 규모. ASN 윤인병대표는 "SBT의 문화상품 가능성에 대해 연구검토를 거쳤다"며 "관객 취향에 맞춘 기획이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공연 기획사 뿐 아니라 벤처 정신을 기반으로 한 공연장도 나타났다. 지난 4월 개관한 한전아츠풀센터는 9개 참여업체 중 공개입찰을 거쳐 선정된 벤처기업 아츠풀닷컴이 운영한다. 39세 젊은 대표 진교영씨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립 산하 공연장과 수익구조에 맞추어야 하는 아츠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면서 "필요없는 요소를 배제하고 기획력으로 승부해 순수예술로도 돈이 된다는 걸 입증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프라인인 공연장 사업과 함께 다양한 온라인 사업을 병행해 갈 것이라는 희망도 피력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아직은 미미하며 '상품론'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80년대 학번 '젊은 피'의 수혈이 한국 영화의 중흥의 기틀을 마련했던 것처럼 이런 시도가 공연계의 토양을 바꾸고 새 청사진을 제시할 초석이 될지에 기대가 모아지는 시점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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