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에 이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범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과연 여권의 대권 후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복심(復心)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권 라운드의 단순한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뛰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 그의 의중이 대선 판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범 여권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략 10명 안팎. 정동영ㆍ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해 이해찬ㆍ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천정배ㆍ김혁규 의원과 당 밖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박원순 변호사 등이 꼽힌다. 현재의 대선 그림을 보면 노 대통령이 선호하는 범 여권 후보도 이들 중 한명일 공산이 크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범 여권 후보군에 속할 수 있지만 노 대통령의 의중에서는 벗어나 있는 상황. 유력 후보인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에 대해서도 “장관시킨 것에 별 재미를 못보았다”(06년 12월 민주평통자문회의)고 밝힌데서 볼 수 있듯 탐탁치 않아 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이 이해찬 전 총리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만큼 정치적 이력과 행정 경험, 출생지(충남 청양) 등 종합적으로 기반을 갖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면서 호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 전 총리가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 등과 관련해 물밑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문제는 이 전 총리가 갖고 있는 ‘한계’.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선적 스타일과 외모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움이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반감을 사고 있으며, 지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이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이 전 총리가 정상회담의 ‘메이커’로 알려질 경우 바뀔 수 있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 전 총리가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 외에 또 다른 ‘노 대통령의 복심’을 찾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상 인물은 김혁규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 이중 김 의원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이 전 총리 만큼이나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대중성이 떨어져 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과제다. 유 장관의 경우 이번 대선보다는 “차차기를 볼 것”(청와대 고위 관계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대선 구도에 따라서는 이번 대선을 놓치더라도 열린우리당을 사수하는 의미에서 후보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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