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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 쌓인 스티로폼 현대인 공허를 말하다

● 전광영展 내달 18일까지 국제갤러리

‘집합’ (한지와 혼합재료)

평면의 나무 프레임 안에 한지로 싼 수천개의 삼각형 스티로폼을 한지로 꼬아 만든 끈으로 묶어 집결시킴으로써 회화적이면서도 부조(浮彫)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작가 전광영(61)의 개인전이 오는 12월18일까지 사간동 국제갤러리서 열린다. 그의 작품은 치밀하게 연속된 삼각과 사각의 입방체를 한지로 둘러싸며 반복과 단순함의 경계를 깬다. 작업적 특성은 마치 카펫 직조공이 씨줄과 날줄을 교차 시키고, 벽돌공이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려가듯 가장 원초적인 ‘그리기’와 ‘만들기’의 노동을 담고 있다. “작가로서 두려움은 급격하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작품이 히트했다고 거기에 안주하고 20~30년 끌고갔을 때 누가 눈여겨볼까 하는 것”이라는 전광영씨는 “100호 크기의 작품에는 꼬고 붙이는 조그만 알갱이가 7,000개이상은 박혀있다. 그 알갱이를 만들려면 2만번이상의 수작업이 필요하다. 그만한 노동력이라도 있어야 세계인이 관심을 보여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이전보다 한층 역동적이다. 400~500호 크기의 캔버스에 천연 염료를 물들인 작품, 거대한 구체나 원기둥 그리고 인간의 심장을 상징하며 존재의 내면적 공포와 황폐함을 묘사한 부정형의 입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된다. 갤러리 1층 한 방을 차지할 정도의 조각 작품 ‘심장’을 제외한 20여 작품이 평면이지만 먹의 농담을 통해 깊이의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대지가 쩍쩍 갈라진 모습에 구멍이 뻥 뚤린 모습이라든가, 떡갈나무의 갈라진 틈, 혹은 채석장의 폭파자국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치 동양화의 필획 하나가 지나간 뒤에 오는 여운처럼 운석이 떨어진 공간의 파장처럼 화면위에 리듬과 기운을 던지고 있다. 작품이 큰 것일수록 화면속에 드러내고 있는 표정은 강렬하다. 주변 사람들로 상처를 받은 관람객일수록 그 구멍이 깊게 파인 느낌이 강하게 다가 올 듯하다. 작가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량한 대지를 말한다. 의견이 조금만 달라도 언성이 높아지는 요즘 세태의 삭막함 속에서 뻥 뚫린 당신과 나의 마음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18일까지.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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