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요초대석] 김용덕 관세청장
입력2003-07-20 00:00:00
수정
2003.07.20 00:00:00
대담 : 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물류산업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화물이 미국 등으로 향하려면 한국을 거쳐야 최단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선하면 우리는 싱가포르 등 물류 선진국에 못지 않은 `물류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김용덕 관세청장은 “국내 물류 산업 발전을 위해 초일류 세관을 목표로 세관 제도 및 업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면서 “신속한 물류를 보장하기 위해 자유로운 통관을 보장하는 동시에 첨단 시스템을 통해 마약 등 유해물품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얼마전 동북아물류중심을 실현하기 위해 초일류세관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물류처리시간을 대폭 줄인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관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초일류세관 전략은 우리의 세관행정을 세계 주요 물류중심지인 네덜란드, 싱가포르, 홍콩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수출입통관 및 화물관리절차를 신속하고 간소화할 계획입니다. 우선 올해 말까지 수입화물의 통관 소요시간을 현재의 9일에서 5일 이내로, 여행자가 비행기에 실은 화물이 입국장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현재의 40분에서 25분으로 단축할 계획입니다. 또 특급탁송화물에 대한 24시간 통관체제를 갖추고 인터넷 수출입신고체제도 도입할 방침입니다. 올 해말에는 화물관리의 전산화ㆍ선진화와 통관관련제도의 개선 및 관세행정혁신 등을 통해 초일류세관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싱가포르, 홍콩, 중국 샹하이 등도 물류경쟁력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주변국에 비해 우리의 물류경쟁력이 높다고 보십니까.
▲우선 지리적인 여건에서 한국은 물류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부산-미국은 거의 일직선상에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화물을 실어 나를 때 부산항은 상당히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과 철도가 연결되면 철도망으로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동량 처리 면에서도 한국은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컨테이너 처리물량을 기준으로 세계 3위입니다. 인천국제공항도 항공화물 물동량을 기준으로 세계 4위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 처리비중은 경쟁국에 비해 떨어집니다. 따라서 통관업무 개선 등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동시에 함께 항만, 공항 등 하드웨어를 지속적으로 정비할 경우 물류산업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류산업을 육성하려면 높은 경쟁력을 갖춘 외국 물류서비스 업체를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외국 물류 업체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외국 물류서비스 업체를 유치하려면 물류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세자유지역의 업무범위에 가공 및 조립기능을 추가하고 관세자유지역 배후지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해 보관ㆍ제조ㆍ전시ㆍ건설ㆍ판매 등 복합적인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수출입통관 및 환적화물 관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 외국 물류업체의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특히 특송화물에 대한 24시간 통관체제를 운영하는 한편 공항만을 통과하는 환적화물 단일통관체제(Sea & Air Cargo System)을 구축해 환적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입니다.
-원활한 물류를 위해 신속한 통관을 강조하다 보면 방역, 밀수 등 부작용도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세관의 역할은 신속한 통관을 통해 무역을 촉진하면서 유해물품의 반입이나 테러 등을 방지하는데 있습니다. 사실 무역의 신속성과 안전성은 서로 상치되는 과제기 때문에 이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관세청은 최대한 신속한 통관을 보장하면서도 과학적 감시체계를 통해 마약 등 우범성이 있는 화물 반입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식품위생법 등 특별법에 따른 통관지연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통관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수출입을 하려면 식품위생법 등 55개 각종 특별법에서 규정된 식품검사, 검역, 형식승인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것을 세관에 제출해 확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통관지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세관 통관과정에서 요건을 확인해야 하는 품목을 대폭 축소하고, 필요한 경우 통관내용을 관련기관에 통보하여 사후에 확인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또 수출입업체가 수출입신고 과정에서 검역기관 등 수출입요건 확인기관에 제출하는 자료도 세관에 전자로 신고하면 각종 특별법상의 절차까지 완료할 수 있는 단일통관창구(Single Window System)를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일부 수입업체들이 수입통관 후의 세액심사 과정에서 품목분류오류 등 과소납부사례가 발견될 경우 부족세액은 물론 20%의 가산세까지 부과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합니다. 이런 가산세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은 없는지요.
▲관세청은 현재 수입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통관 후납부`체제로 제도를 개선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통관 및 세액심사후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자진신고 납부가 잘못돼 가산세가 부과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신고업체가 스스로 부족한 세액을 자진신고할 경우 현행 20%에 이르는 가산세율을 10%로 경감해주는 내용으로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입니다.
-국내 항만이나 공항을 거쳐 제 3국으로 가는 환적화물의 경제적 기여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적화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렇습니다.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의 환적화물을 추가로 유치할 경우 보관, 운송, 컨테이너 조작료 등으로 200달러의 외화가득효과가 생깁니다. 관세청은 환적화물이 드나들 때 적하목록만을 제출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앞으로 환적화물 처리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싱가포르나 홍콩 등 경쟁국 수준으로 간소할 계획입니다. 이런 업무개선을 통해 40%에 불과한 부산항의 환적화물 처리비중을 2004년까지 50%로 높일 계획입니다. 또 인천항이나 평택항으로 들어 온 환적화물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제3국으로 나갈 때 세관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 위해 `해상 및 항공 환적화물일괄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할 방침입니다.
-현재 통관은 주로 전자문서교환(EDI) 방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보다 신속한 수출입화물 통관을 위해 전자수출입통관 등 각종 제도도 개선해야할 텐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전자수출입 통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하반기부터 수출입업체가 사무실이나 가정에서도 인터넷을 통하여 직접 수출입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한 수출입통관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수출입에 필요한 외환망, 금융결제망, 물류망 등을 연결하는 종합무역망인 `전자무역(e-Trade)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한 번 접속하면 수출입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 발자취
`미스터 원(Mr. Won)`
국제 금융계에서 김용덕 청장에게 붙여 준 별칭이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차관이 미스터 엔(Mr. Yen)으로 불리는 것처럼 김 청장도 재경부에서 국제금융국장, 국제업무정책관 등을 거치며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사무관 시절부터 국제금융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지난 82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자금부 차입담당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국제금융분야를 떠난 적이 거의 없다. 이 같은 경력은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김 청장은 국제금융국장, 국제업무정책관 등을 거치며 IMF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으로 일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뉴욕 등 국제금융 중심지를 돌며 수시로 한국경제상황을 설명한 것은 물론 주요 해외투자자들에게 매주 평균 2차례씩 이메일을 보내 한국의 경제정보를 제공했다. 그래서 한국을 찾는 국제금융계 인사는 반드시 그를 만나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다.
이제 김 청장은 자신이 국제금융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관세제도 및 환경을 세계 초일류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물류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명실상부하게 물류중심국가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취임후 수출입 물류체계를 선진화하고 관세자유지역을 활성화하는 내용으로 초일류 세관을 달성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약력
▲50년 전북 정읍 출생
▲용산고, 고려대 경영학과, 필리핀 아테네오 경영대학원(MBA) 졸업
▲행정고시 15회
▲93년 재무부 경제협력과장
▲96년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
▲98년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99년 국제금융국장
▲2001년 국제업무정책관
▲2003년 관세청장
■ 내가 본 김용덕 청장 -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내가 김용덕 청장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으로 활동할 때다. 김용덕 청장은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김 청장은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개방적인 사고와 전문지식을 겸비한 관료다. 김 청장은 개방과 개혁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 의지와 구체적 실천방안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가 매우 청렴하고 항상 신뢰할만 하며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김 청장과 나는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그 때마다 김 청장은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 청장의 이런 노력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는 높아졌고, 이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김 청장은 외국인투자환경을 정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2년 암참에서 `영업환경개선보고서`를 발표할 당시 한국정부는 외환, 은행, 증권, 세제 등 분과별 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김 청장은 당시 열정적으로 일하며 전체적인 조정을 매끄럽게 이끌어냈다. 또 김 청장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암참, 유로참 등 외국인투자자와의 만남을 적극 주선함으로써 신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친화적인 정책이 수립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지난 71년 선교사로 첫 인연을 맺은 후 20여년이 넘는 세월을 한국에서 보낸 나는 한국의 잠재적인 발전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김 청장처럼 시장감각과 개혁마인드를 갖춘 전문관료가 한국의 성장과 발전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정리=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