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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겪는 사랑을 담은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가 국립오페라단 초연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호프만이야기는 독일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구성된 프랑스 오페라다. 이 작품은 오페레타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의 미완성 유작인 까닭에 지금까지 매 공연마다 실험적인 해석으로 재창조되는 작품으로 더 유명하다. 줄거리는 호프만이 세 명의 여인을 만나 꿈꾸고 체험하는 사랑의 여행기. 특히 이번 제작에는 문화 게릴라 이윤택 감독이 연극 연출가로는 처음 승부수를 걸어 주목되고 있다. 우선 배경부터가 기발하다. 이 감독은 200년 전에 만들어진 극을 200년 후 우주공간으로 옮겨 놓았다. 지구가 황폐해져 환경과 생태가 파괴돼 버린 2205년. 호프만이 지구에서 여자들에게 버림받고 이상형을 찾으러 우주정거장에 도착하면서 극이 시작된다. 이 감독은 세가지 에피소드를 순애보 같은 사랑으로 시작해 관능과 쾌락적 사랑을 거쳐 사이버 세계를 동경하게 되는 줄거리로 재해석했다. 그는 “처음에는 무대를 강남 룸살롱으로 옮기려 했으나 독일에서 비슷한 작품을 만든 적이 있어 아예 무대를 우주로 확 바꿔버렸다”며 “한 인간이 겪는 사랑의 역사가 지구의 역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람과 시대와의 유기적 관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성악가에게도 도전적인 무대다. 이 감독은 노래만 부여잡고 있었던 성악가들에게 오페라 공연 사상 처음으로 ‘특별 신체훈련’을 시도했다. 그는 “흡입력 있는 무대를 위해 극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며 “음악성이 탁월한 오페라는 작품성이 뛰어나며 재미도 있는 장르다. 하지만 우두커니 서서 노래만 하면 극의 흐름이 정지된다. 연극적인 발성법과 연기도 그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막도 최대한 관객중심적으로 바뀐다. 이 감독이 오페라를 보면서 지문을 만들고 재 번역해 관객들이 무대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그는 “대본 자체가 상상력을 발동시킬 정도”라며 “오페라를 보면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손을 봤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해외에서는 연출가들이 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면서 작업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국내에서는 드물다”며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고 새로운 창작도 필요로 하는 작품인 만큼 오페라 연출가로 시험대에 오른다는 각오로 연습하고 있다. 이번 기회가 오페라계와 연극계가 상호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고 말했다. 22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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