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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아줌마 뺨치는 다산의 교육열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지음, 예담 펴냄)


조선시대 가장 위대한 사상가 중 하나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여유당전서 등의 저서로 이름이 높다. 천주교 박해사건에 연루되어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자신도 전남 강진에 20여년 가까이 유배당하지만 그가 ‘대치동 아줌마’ 뺨치는 교육열을 지닌 인물이었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역만리 타향에 유배된 다산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편지를 쓰는 일밖에 없었다. 그는 이른바 서신 교육을 통해 두 아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평생의 기둥이 될 말들로 훈계한다. 독서에 힘쓸 것, 근검으로 살아갈 것, 재물은 나눠줄 것…. 놀라운 것은 생뚱맞게(?) 서울 10리 안에서 살라고 신신당부하는 말이다. “지금은 내가 죄인이 되어 너희들에게 시골에 숨어 살게 하였다만 앞으로는 오직 서울의 10리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또 만약 집안의 힘이 쇠락하여 서울 한복판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다면 잠시 서울 근교에 살면서 과일과 채소를 심어 생활을 유지하다가 재산이 불어나면 바로 도시 복판으로 들어가도 늦지 않다.” 마치 대치동 아줌마의 극성을 보는 듯 하지만 이는 실학사상과 맥을 같이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효찬씨가 쓴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은 우리 시대에도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조선시대 위인들의 자녀 교육방식이 소개돼 있다. 저자는 서애 류성룡 종가, 퇴계 이황 종가, 다산 정약용, 경주 최부자집 등 이른바 우리나라 명문가들의 종가와 고택을 저자가 직접 찾아 다니며 그들의 생생한 교육방식을 사료와 함께 담아냈다. 유림의 기둥인 이황은 될성부른 후학들과 자기 자식을 함께 교육시키며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백의정승으로 꼽히는 명재 윤증은 자녀교육을 위해 벼슬길 마저 포기했다.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위기 시대를 살았지만 집에서는 항상 책을 읽으며 다섯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으로 그 오랜 옛날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집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도덕교육이 존경 받는 부자의 길 첫걸음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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