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의 여유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커피 마시듯 모바일로 웹툰을 음미하며 하루의 시름을 잊고 달콤함으로 리셋한다. 또 웹툰은 만화로 미약하게 시작하지만 국민적 드라마와 영화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인터넷 이용자들이 웹툰을 본 시간은 한 달 평균 632분이다. 하루 20분, 한 달에 10시간을 넘었다. 짬짬이 즐기는 음악(356분·'멜론' 기준)보다도 길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146분)보다도 훨씬 많다. 이용자 중 30대와 40대 비율도 각각 12%, 17%로 웹툰을 즐기는 중장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나 '간식'처럼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가 인기몰이 중이다. 스낵컬처는 출퇴근길이나 수업과 수업 사이의 빈 시간 또는 쉬는 시간을 책임져 줄 콘텐츠를 말한다. 5~10분의 자투리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방송 다시보기나 동영상·만화·소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단연 '웹툰'이 앞선다. 시작은 '순정만화'였지만 '미생'과 '마음의 소리' '이웃사람'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인기작들이 쏟아지면서 그야말로 '웹툰 전성시대'가 열렸다.
◇다양한 콘텐츠 원천으로 온·오프라인 경계 허물다=2003년 다음이 '만화 속 세상' 코너를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웹툰 시장은 발아기와 개화기, 도약기와 성장기를 거쳐 글로벌로 진출했다. 여기다 만화를 넘어서 드라마와 영화로 2차 활용되면서 뒷심을 발휘한다. 온라인 만화로 시작해 오프라인의 훌륭한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시작점은 '이끼'다. 2010년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3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웹툰이 대중문화의 훌륭한 '원자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첫 작품으로 꼽힌다. 이를 시작으로 2013년 영화로 만든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700만명의 관객을 확보하며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여기다 지난해 말 웹툰 '미생'은 인기 드라마로 제작돼 안방극장과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는 웹툰이 원소스멀티유즈(OSMU) 콘텐츠로 입지를 굳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4개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거나 현재 방영 중이다. 가령 SBS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원작이다. 작가인 남자 주인공이 다중인격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특징으로 인기배우 현빈과 한지민이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은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밀리고 당하는 대한민국 대표 '호구(어리숙한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인 강호구와 걸쭉한 입담의 국가대표 수영 여신 도도희가 이끄는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15일 개봉한 영화 '고양이 장례식'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내부자들'은 동명의 원작 웹툰을 토대로 만들었다. 웹툰 '패션왕'과 '닥터 프로스트' '목욕의 신' '치즈인더트랩' 등도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졌거나 만들 예정인 작품들이다. 또 웹툰에 이어 웹소설이나 웹드라마처럼 웹을 기반으로 한 '변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웹툰을 등에 업은 부가가치도 상당하다. GS리테일은 '미생' 방송 직후 관련 캐릭터 상품 매출이 전년에 비해 68.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중 미생 캐릭터 종이컵은 72.1%, 미생 투명 맥주컵은 42.6%가 더 팔렸고 메모보드·데스크매트 등 오피스 관련 제품 역시 500%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 학습만화·메신저·캐릭터 용품과 라이선스 사업, 웹툰 내 간접광고 및 관련 테마 산업 등도 웹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글로벌 진출도 속도가 붙었다. 윤 작가를 포함한 15명의 작가조합 '투니온'은 미국 뉴스사이트 허핑턴포스트에 웹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만화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투니온은 글로벌 웹툰 서비스 회사인 '롤링스토리'를 직접 만들고 해외 저작권 관리와 독자적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시작했다. 웹툰이 한류 콘텐츠로 도약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작가·플랫폼 공생하는 생태계 조성에 총력=웹툰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부상하면서 웹툰에 뛰어드는 신입 작가가 크게 늘었다.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오디션도 많아졌다. 대표적 웹툰 플랫폼인 다음과 네이버도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을 넓혔다. 또 최저 고료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다음이 100만원대 초중반의 낮은 웹툰 최저 고료를 높여 '재주는 곰(작가)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플랫폼)이 번다'는 말처럼 플랫폼만 돈을 벌 뿐 정작 작가는 배고픈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웹툰 작가의 수익을 확대하는 프로그램인 PPS(Page Profit Share)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웹툰 게임하기' 기능을 제공해 이용자가 게임과 웹툰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게임 제작사는 타깃화된 사용자들과 접점 기회를 넓히고 웹툰 창작자는 저작권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네이버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드라마·영화 등 2차 저작활동도 지원한다. 2차 저작권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제작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법무 및 세무 검토, 신규 비즈니스 연결 등을 전문적으로 돕는다. 웹툰 캐릭터 상품의 기획부터 디자인·제작까지 총괄하는 '웹툰 스튜디오'도 내부에 두고 웹툰 캐릭터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다음카카오는 공모전에 힘을 싣는다. CJ E&M,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공동 주관으로 진행하는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대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2006년부터 만화 공모전을 통해 협력사들과 손잡고 작품 개발비, 프로듀싱 교육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제작을 돕고 있다. 웹툰 전문 PD의 프로듀싱부터 CJ E&M 원작 작가 육성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지원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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