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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한잔] 김기범 한불종금 사장
입력2001-12-04 00:00:00
수정
2001.12.04 00:00:00
"수익성 주력 2003년엔 흑자낼 것""합병보다 수익성이 더 큰 관심거리 입니다. 단기금융업무의 비중을 낮추고 투자은행 업무의 비중을 키운다면 작은 덩치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김기범(46) 한불종합금융 사장의 목소리에 40대 젊은 CEO의 패기가 실린다.
김 사장은 83년 씨티은행 기획실장을 거쳐 대우증권 국제금융부장, 런던법인 사장, 국제사업본부장을 두루 역임한 국제금융통. 그가 지난 8월 한불종금의 사령탑으로 온 이후 한불종금은 투자은행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종금사 전성시대'가 막을 내린 지 오래지만 굳이 종금업계에 발을 들이민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더 이상 종금사가 내려갈 곳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 때 산업성장의 일등공신에서 외환위기의 주범으로까지 전락한 뒤 종금업계에 뛰어들어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는 일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최근 최대 종금사인 동양현대종금이 동양증권과 합병을 선언하며 업계의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는 여기서 말하는 '업계'의 테두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고 단언한다.
고유업무 영역이 허물어지고 금융업종 간의 경쟁이 치열한 지금 업계와 비(非)업계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 2개월 간의 업무파악이 끝나는 대로 가장 먼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새로운 영업전략을 위해 기존 이사 3명과 집행임원 전원을 해임하고 외부인사 2명과 내부인사 2명 등 총 4명의 집행임원을 새로 세웠다. 외부에서 들인 임원들은 각각 대우증권과 씨티은행에서 이미 김 사장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영업부문과 관리부문을 완전 분리한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김 사장은 "지원부서 업무와 완전히 분리된 영업부서 직원들은 이제 마케팅에만 전력을 기울여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출실행, 사후관리, 관계유지 등의 업무를 관리부서에서 맡게 되면 영업 전반이 더욱 투명해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개편을 마친 한불종금의 분위기는 밝다. 김 사장이 온 이후 전문인력이 새로 영입 되고 영업부문에 역량이 집중되는 등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데 대한 기대감인 것이다.
김 사장은 이런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매달 첫번째 금요일 전직원회의를 열어 건의사항을 듣고 우수직원을 선발하는 등 임직원 간의 공감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한불종금이 아직 과거의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8~12%대의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영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고 지난 1분기에 이어 9월 반기실적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내년 3월 결산 역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한불종금 측의 예측이다.
김 사장은 "이번 결산까지는 상처를 메우는 게 급선무지만 다음 결산인 2003년 3월엔 100억원 가량 흑자를 낼 것"이라며 "관리회계시스템을 강화해 상품별, 고객별, 업무별 수익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내 투자은행 시장이 '주인 없는 시장'임을 강조했다. "일반은행과 달리 투자은행 시장은 아직 이렇다 할 은행도 없고 국내사정에 어두운 외국계가 진출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자업무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 투자은행 업무와 자산운용 업무를 투톱 체제로 이끌어갈 방침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나 외국계 투자은행 틈에서 힘은 들겠지만 충분히 틈새시장을 노릴 만하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지점이 없는 만큼 소매금융분야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기업고객을 상대로 다양한 상품을 갖춰놓아야 맞춤식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불종금은 이와 함께 최대주주인 소시에떼제너럴(SG)과도 업무제휴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SG가 운용하는 수익증권 등의 상품을 국내에 판매하고, SG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한불종금의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영업확대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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