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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團 구조고도화의 과제
입력2003-07-06 00:00:00
수정
2003.07.06 00:00:00
올해 초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책임자로 부임한 후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반월국가산업단지의 한 입주업체를 처음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 몇 블록에 있는지 정도만 알면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단지 안으로 들어서니 길을 종잡을 수 없어 30분 이상이나 헤매고 다녔다.
일반가정도 번지수나 동호수만 알면 쉽게 찾는데 수도권의 대표적인 국가산업단지 내 입주업체를 찾아가는 데 고객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날의 경험은 앞으로 산업단지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줬다.
아직까지 별다른 결실을 맺기 이르지만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자면 우선 기업 관련 민원업무를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요 단지의 관리본부별로 사무실 초입에 기업민원실을 별도로 꾸미고 일관된 고객만족 서비스 지원체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산업단지발전계획 전담팀을 구성해 30여년이나 지난 오래된 단지의 유지보수와 재정비를 비롯해 혁신체계 구축, 업종 고도화, 입지공간 창출 등 5개 분야에 대한 산업단지별 추진과제를 뽑아 항목별로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소 늦더라도 우리 공단이 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도와줘야 할 일인지 하나씩이지만 체계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흔히들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을 활성화하는 지원정책으로 제도개선과 규제완화, 조세ㆍ금융 지원확대 등을 손꼽는다. 기업들이 호소하는 애로사항에는 항상 자금ㆍ인력 문제가 따라다니고 제도개선과 규제완화로 풀어나가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실제 생산현장에서 산업단지관리기관이나 지자체 등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발 품을 팔면 쉽게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들도 적지않다.
예컨대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입주업체 방문객이나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던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는 이달 초부터 인근 지하철역과 단지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순환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우리 공단과 인천시가 합심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한 일이다.
중소기업이 대거 밀집해 있는 산업단지 내 주차난도 생각보다 심각해서 생산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다. 도로를 넓히거나 주차장을 짓는 것은 많은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나 거주자우선주차제도의 도입과 주차구획선 설치 등으로 주차난을 해소하고 대형 화물차의 공장진입을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산업단지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지원은 입주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단지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 60∼70년대 경제개발계획 수립 이래 40여년에 이르는 개발연대에서의 산업단지 관리기능은 공장용지 분양과 공장건설 등 한마디로 기업유치에 치중해왔었다. 그러나 개방적 세계경제체제로 변하는 지식기반 경제 속에서는 산업의 단순한 공간적 배치만으로는 더이상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때마침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 산업 클러스터와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로 개정돼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단순히 제조업 위주로 개발되던 `공업단지`에서 `신산업단지`로 새롭게 탈바꿈하기 시작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게 됐다.
새 법률의 시행으로 하드웨어적 입지공급에 초점을 뒀던 기존 산업입지정책이 산업 클러스터의 활성화와 산업단지 구조의 고도화 및 정보화 기능 확충이라는 양질의 고기능 위주로 전환될 전망이다. 새 법률은 산업단지 관리기능을 입주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기능 위주로 개편해 산업단지를 혁신의 거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갖추게 됐다.
세계 경제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한 한국경제. 그 뿌리가 됐던 산업단지는 지난 40여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왔듯이 앞으로도 우리 경제 발전의 중심축에서 달릴 수 있으려면 새롭게 탈바꿈해야만 한다.
또 이른바 산업 클러스터와 시너지 효과가 중시되는 시대적 환경변화에 앞장서서 변모하게 될 산업단지는 무엇보다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기업인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데서 전개돼야 할 것이다.
산업단지를 혁신의 터전으로 변모시키려면 제도마련이나 정부의 노력보다는 산업단지와 함께하는 산학연관의 뜨거운 관심과 협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근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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