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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而不同의 교육
입력2003-05-14 00:00:00
수정
2003.05.14 00:00:00
“교실이 붕괴됐다”고들 한다. “참 스승도 없고 참 제자도 없다”는 사회적 자괴감이 커지면서 우리의 교육현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마치 태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있는 듯 불안하기 그지없는 교육현실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를 둘러싸고 시작된 교육당국과 교원단체간의 힘 겨루기는 이미 각 교원간의 폭력사태로까지 비화됐다. 지난 달 충남 예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자살 파문을 계기로 표면화된 교육계의 뿌리깊은 갈등은 장외 집단행동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불신을 더하고 있다.
막대한 사교육비의 지출은 서민들의 가계경제를 위협하는 일차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행 공교육으로 흡수하기엔 역부족이다. 교육 경상수지 적자가 약 10억 달러에 이르면서 우리 주변에는 `기러기 아빠`의 서글픈 사연들이 줄을 잇고 있고 두 살이 지나면서부터 영어다, 피아노다 하며 학원이나 과외행진에 합류해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동심은 멍들대로 멍들어 가고 있다.
교육개방이 예고된 한국 대학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성추행이다 뭐다 해서, 최고의 지성으로 추앙되던 교수 사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고 지방대는 매년 신입생 부족으로 공동화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능력으로 학벌주의를 극복한 고졸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나왔지만, 서울대를 중심으로 서열화돼 있는 학력지상주의의 병폐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래저래 우리 교육계 전반이 어수선하다. 국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희망도 비전도 없이 현안에 대응하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직된 교육 시스템과 고학력 실업자 문제 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성의 쓴소리`는 감정의 골에 파묻혀 거의 들리지 않고, 교육 주체들간에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교육 현장의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간에 쌓인 불신의 벽이 어느새 허물 수 없는 그 이상으로 두터워진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마저 든다.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서로 다르더라도 화합할 수 있어야 한다(和而不同).`는 논어의 구절이 더욱 귀가를 울리는 것은 왜일까?
<전갑길(국회의원ㆍ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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