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용과 산업용을 막론하고 전기와 가스·휘발유 등 에너지 소비가 급감했다. 특히 주택용 전기 소비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4.7%) 이후 처음으로 -2.1%를 기록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가계가 '덜 켜고 덜 때고 덜 타는' 식의 에너지 불황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3일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로부터 입수한 전기·가스·휘발유(주유소 판매 무연)의 판매량 분석 결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대 에너지 수요가 모두 줄었다.
눈에 띄는 것은 주택용의 에너지 소비 감소다. 지난해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6만4,457GWh로 전년의 6만5,815GWh보다 2.1% 줄었다. 주택용 도시가스 역시 760만톤을 소비하는 데 그쳐 전년(826만7,000톤)에 비해 8.1%나 급감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무연보통휘발유도 유례없는 저유가 기조와 상관없이 판매량이 -2.6%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국제유가가 반토막 났음에도 사용량은 줄어든 것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근 2~3년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가 지난해 분기 성장률이 떨어지자 확실히 이것이 저성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미래 성장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옷 하나 더 끼여 입는 형식으로 손쉽게 줄일 수 있는 전기세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둔화 흐름은 산업용 에너지 판매에서도 나타난다. 산업용 전기는 지난해 27만2,551GWh 판매됐는데 이는 2013년보다 2.7% 증가한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8%)에 이어 1961년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증가세다. 집계가 시작된 1986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던 산업용 도시가스 판매량(805만9,000톤)도 사상 처음 -7.3%로 추락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제조업 경기 부진이 공장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전기소비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가계와 산업계의 생산과 소비 활동이 모두 위축된 영향이 크다"며 "경제상황이 풀리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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