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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대사 격이 중요한가(사설)
입력1996-12-14 00:00:00
수정
1996.12.14 00:00:00
지난 12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서 기탁과 함께 한국은 29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활동을 개시하게 되었다. 다음주에는 대사가 임명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삼 대통령은 OECD의 중요성을 감안해 현직 장관중에서 대사를 임명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OECD는 각료이사회, 각종 위원회와 사무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기구운영도 회원국간에 통용될 국제적인 규범을 만드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국가를 대표하기는 여느 대사나 마찬가지지만 의전적 절차가 생략된 실무협의 위주의 기구라는데서 일반 대사와는 기능이 다르다.
OECD대사가 특별히 갖추어야 할 자질은 전문적인 지식과 능통한 협상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탁월한 외국어 구사능력이다. 현직장관 중에서도 그런 능력을 갖춘 인사들이 있겠지만 반드시 현직장관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소수 회원국만 전직 장관출신을 파견하고 있을 뿐 선진국들이 대개 국장에서 차관급인 실무에 정통한 인사들로 대사를 임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초기에는 OECD 운영에 정치성이 짙어 외교관이나 정치가 출신들이 주로 대사로 임명됐지만 최근들어서는 경제전문가들 일색이다. 이로 미뤄 보더라도 대사인선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의전이 아니라 기구 운영의 특수성에 합치되는 실무능력이다.
항간에 대사로 거론되고 있는 일부 장관들이 고사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것은 현재 OECD의 운영체제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구든 임명되면 국익을 위해 멸사봉공해야 할지언정 임명도 되기 전에 고사 운운하는 것도 좋지 않다.
또한 현재 14명의 과장급들로 구성된 OECD 파견인원을 대표부 확대와 함께 대폭 늘릴 계획이라는 얘기도 들리는데 OECD 가입이 「인공위성」 공무원 해소책쯤으로 간주돼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가 정작 관심을 쏟아야 할 일은 OECD안에서 우리의 위상을 실제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한국의 위치는 국내총생산(GDP)규모에서는 29개회원국중 9위이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그보다 훨씬 떨어지고 삶의 질적인 면에서는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력규모도 쌓이는 외채나 무역적자를 감안하면 허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금리, 주당 노동시간이 높기로는 1위였고 1인당 병상수나 의사수는 최하위권이었다. 선진국클럽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을 놔두고 임명권자나 물망인사들이 대사의 격이나 따지는 것이야말로 후진적인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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