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에서 토머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은 어느날 전설적 해커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로부터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1999년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만들어 낸 가상현실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즉 현재는 2199년이며,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위해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매트릭스는 끔찍한 프로그램이지만, 만약 이것이 게임이라면 모든 게임 개발자들이 도달하기를 원하는 궁극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감을 주는 게임일수록 게이머를 더욱 게임에 몰입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라는 모토로 게임을 개발해 왔다. 이때 게임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다.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가상현실 게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먼저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장치, 그리고 접속한 유저들의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가상세계의 구현이다.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장치 중 가장 먼저 실용화 되고 있는 것은 '뇌파'를 이용한 것. 하지만 뇌파 게임은 뇌에서 컴퓨터로 신호를 줄 수 있지만, 컴퓨터에서 뇌로 신호를 보낼 때는 오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진다. 따라서 뇌와 신경에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뇌와 컴퓨터가 완벽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뇌가 정보를 보내는 메커니즘과 정보를 받는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아직은 뇌에서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이를 위해 1000억 개나 되는 신경세포의 연결구조도인 '뇌 지도'를 작성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영화 '아발론'에서와 같이 게임에 중독된 많은 사람들이 현실로 돌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현실이 가능해진다면 게임을 넘어서 매우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가상현실 게임은 우울증 같은 정신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대인기피증인 사람이 가상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거미공포증인 사람이 거미를 만지는 훈련을 통해 공포를 극복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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