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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뚜렷해지는 경기둔화
입력2003-02-27 00:00:00
수정
2003.02.27 00:00:00
문성진 기자
경기가 내리막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조짐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소비지출의 감소세가 뚜렷한 가운데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출 등 경기를 떠받치는 지표들이 대부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중 설비투자 증가율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7%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17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6개월 뒤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가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임으로써 하반기 경기전망도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그 동안 경기를 이끌어온 수출마저 주춤거리고 있어 경기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경기지표의 하향 움직임은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이 올해 우리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올해 실질성장률을 5%선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3%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준비와 이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정세불안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널려 있는 형편이다.
경기침체가 아직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경기동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재정지출을 앞당겨 집행하는 방안 등이 강구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위적인 경기대책보다는 수출경쟁력 제고를 비롯한 경제체질 강화와 함께 민간소비의 과도한 위축을 막고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의 내수성장이 한계에 이른 점을 감안할 때 잠재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증대에 좀더 정책적인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율안정과 수출시장개척, 반도체 등 통상마찰을 해결하기 위한 통상외교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살리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벌정책과 구조개혁 등을 비롯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방향을 분명히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기업정책의 경우 기업들로 하여금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개혁대상과 방법을 분명히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어 불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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