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재무구조' '빈번한 자금조달' '잇단 사업목적 및 최대주주 변경'…. 이런 일이 잦은 기업은 일단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한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상장폐지된 7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공통점이 드러났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장폐지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악한 재무구조는 대개 상장폐지로 이어져=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폐지된 66개사 가운데 65개사가 지난 2008년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회사도 전체의 86%에 달했다. 대부분의 상장폐지 기업들이 적정한 수익모델도 없이 그저 자본만 까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41%는 완전자본 잠식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취약한 재무구조는 외부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상장폐지 기업의 44%가 이미 2007년부터 외부감사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기업을 존속시키기 힘들 것'으로 평가됐다. 또 상장폐지 기업은 코스닥시장의 5%에 불과했지만 자금조달 건수와 금액은 전체의 각각 23%, 19%를 차지했다. 더구나 조달된 자금은 다른 기업의 주식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빌려주는 경우도 전용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10개사 가운데 4개사는 그 규모가 자산의 50%를 웃돌았다. ◇상장폐지 기업은 부실ㆍ비리 백화점=상장폐지 기업들은 경영 안정성이나 도덕성에서도 정상적인 기업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 가운데 83%는 최근 2년 동안 최대주주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2회 이상 교체된 경우도 70%에 달했고 심지어 5회 이상 바뀐 기업도 14%로 나타났다. 주인 없는 회사나 다름없어 책임 있고 안정적인 경영활동은 이뤄지지 못했다. 더불어 자원이나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한 잦은 사업목적 변경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상장폐지 기업의 96%가 사업목적을 변경했고 이 가운데 85%가 자원개발 관련 사업이었다. 실속이 없다 보니 테마에 의존해 주가를 부추기려고 했다는 의미다. 또한 상장폐지 기업의 90% 이상이 미공개정보이용 등 불공정거래혐의에 연루된 바 있고 횡령이나 배임혐의가 발생한 경우도 46%에 달했다. 이명수 금융감독원 기업공시5팀장은 "상장폐지된 기업들은 재무구주와 경영진의 모럴헤저드 등 복합적인 요인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상장사는 공시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퇴출기업 지난해보다 늘어날 듯=올해는 증시에서 퇴출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부터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하면서 퇴출 심사를 강화했고 회계법인 등도 재무평가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진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미 18개사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고 3개사는 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종남 한국거래소 공시제도총괄팀장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기업이 상당수에 달한다"며 "증시에서 퇴출되는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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