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국적제약업계에 한류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사장만을 고집했던 다국적제약사들이 잇달아 한국인 사장 중용을 시도하며 한국인 CEO가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한국법인수가 처음으로 10개사를 넘어섰다. 이른바 제약업계의 '한류경영'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릴리, BMS 첫 한국인사장 선임=미국에 본사가 있고 지난 82년 한국법인이 생긴 한국릴리는 최근 신임사장으로 홍유석(43)씨를 선임했다. 한국진출 25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사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한국비엠에스(BMS)제약 역시 한국진출 10년만에 첫 한국인 CEO로 박선동(47) 사장을 임명했다. 또 올해 초 존슨앤존슨 제약부분 한국지사인 한국얀센 사장으로 최태홍(50) 부사장이 승진기용 됐다. 1일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의 수는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얀센 등 10개사에 이른다. 전체 법인수가 27개임을 감안할 때 적은 수치가 아니다. 업계는 한국인 CEO 수가 향후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한국인CEO 역량 높이 평가=그렇다면 다국적제약업계에 한류경영 바람은 왜 부는 것일까? 우선 이전부터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사장들이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3년부터 13년간 한국얀센을 이끌면서 매출을 3배이상 키운 박제화(56) 사장은 그간의 능력을 인정받아 최태홍 부사장에게 바톤을 넘기고 자신은 대만 및 홍콩얀센의 총괄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또한 다년간 한국글락소스미스크클라인(GSK)을 이끌어온 김진호(57) 사장은 회사를 국내 다국적제약업계 2위로 키웠다. 김 사장은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하며 GSK를 토착적인 다국적기업으로 각인 시켰다. 직원들의 해외진출도 적극 지원하며 글로벌 인재양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한 홍보 담당자는 "국내법인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현지인을 사장으로 발령하는 케이스가 점차 늘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과의 교감이 아무래도 외국사장보다는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다국적제약사 본사로 진출하는 한국인도 매년 늘고 있는 등 인재역량이 글로벌화 한 점도 한국인 사장이 늘고 있는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다국적사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본격적으로 진출한지 20년 정도 됐다”며 “본사의 인력관리시스템으로 인재개발역량을 꾸준히 높인 결과 글로벌인재가 많이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규제가 많은 국내제약산업 특성상 각종 규제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측면에서 한국인 사장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다국적 제약업계 한류경영의 한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