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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부총리/정경부 최창환 기자(기자의 눈)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 투수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강속구와 절묘한 컨트롤, 타자의 심리를 파악한 시의적절한 볼배합, 공은 동료에게 돌리고 책임은 자신의 몫으로 떠맡는 태도 등으로 국민들은 박선수의 실력과 매너에 온통 매혹돼 있다. 하지만 3년 전 메이저리그에 첫 진출한 박찬호는 먼저 참담한 좌절부터 맛봐야 했다. 강속구 하나로는 메이저리그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컨트롤 난조로 포볼을 양산하고 융통성없는 강속구만 고집하다 홈런을 맞기가 일쑤였다. 마이너리그로 밀려난 박선수는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좌절감과 문화적 갈등을 이겨냈다. 박선수에 대한 갈채는 그의 승승장구 뒷면에 감춰진 이같은 좌절의 극복 때문에 더 우렁차게 울리는 느낌이다. 새삼 박선수 얘기를 꺼내는 것은 최근 강경식 부총리의 경제정책 운용 철학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원칙론자인 강부총리는 투수로 치면 박선수처럼 정통파 강속구 투수라 할 수 있다.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제논리에 따라 경제를 운용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왔기 때문이다. 정부에 의존하는데 길들여진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데 전력투구하는 선구자다. 강부총리의 이같은 철학은 대선을 목전에 둔 데다 개방화로 기업들의 홀로서기가 꼭 필요한 현재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강부총리의 노력이 과연 성공으로 맺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도사태로 국가경제가 마구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는 「기업책임, 은행책임」을 외치며 『정부의 지원은 없다』는 강속구만 뿌려댔고 마침내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라는 「랑데부 홈런」을 얻어맞기도 했다. 강부총리는 정부의 책임은 살펴보지 않고 기업, 은행, 언론 등 동료들의 책임만 나무라고 있다. 기아가 최고경영진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자 『부도유예협약이 악용되고 있어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고 발끈했다. 이 발언 한마디에 주가가 급락하고 단기자금시장이 요동쳐 실점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일국 부총리의 행보를 일개 프로야구선수의 모습과 비교한다는 것은 망발일지 모른다. 다만 박찬호의 역경과는 달리 부총리의 실투는 곧장 우리 경제의 실패로 연결된다는 면에서 웬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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