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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아직은 기다릴 때


우리나라 증시가 6월 저점 이후 미국 등 선진국보다 조금 더 빨리 오르면서 한국과 미국, 나아가 이머징 국가와 선진국 증시 간 디커플링(decouplingㆍ탈동조화)이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늘고 있다.

우선 올해 들어 미국 주가지수가 20% 가까이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의 주가지수는 4%가량 떨어져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같은 기간에 달러 가치는 높아졌고 원화 가치는 떨어졌기 때문에 실질투자수익률은 더 벌어졌다.

이 점을 반영해 이머징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유출도 잦아들었다. 올해 1ㆍ4분기 고점 이후 이머징 시장 주식형 펀드에서 3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이탈이 있었는데 6월 주가 급락 이후부터는 이탈 규모가 현저히 줄었고 최근에는 주간 단위로 유입이 관찰된다.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볼 때 이머징 국가,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계속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낼지는 아직 의문이다. 주식시장은 결국 해당 경제의 성과를 반영하는데 우리 경제가 미국에 비해서 나은 성과를 달성할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통화정책 변경이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자금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금융위기 이후 6년이 지나면서 우리는 위기의 중심이었던 미국이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통화ㆍ재정정책이 사용됐고 금융기관을 비롯한 각 경제 주체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가계는 빚을 갚아 전체적으로 부채 부담을 줄여왔으며 불가피했던 고용 시장의 조정도 견뎌왔다.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로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은 금융위기 이전의 과잉 생산 체제의 부담에 금융위기 이후 성장 방어를 위해 사용한 재정정책의 부담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기존 소재ㆍ산업재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부터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 부문의 부채 조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단계다.

물론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국내 기업 중에서도 수혜를 입는 곳이 생길 것이다. 중국의 수출 증대를 통해 간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면 국내에서도 심리적 위축이 해소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회복이 과거와 같은 수출 증대나 내수 경기 확장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민간과 정부의 부담이 의미 있게 줄지 않은 상태에서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이 남아 있는 한 외국인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도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같은 민감한 사안이 남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직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부진이 끝났다고 보기 이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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