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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일자리 해법
입력2004-01-25 00:00:00
수정
2004.01.25 00:00:00
최근 경제의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가는 것이 정상인데 지난해에는 오히려 4만개의 일자리가 줄었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처음으로 지난 2002년에 60만개가 늘었던 데 비하면 충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대통령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고 정치인들도 나서서 일자리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국내공장을 증설하지 않고 대신 중국ㆍ미국ㆍ유럽 등의 생산시설을 늘리겠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자체 직원만 5만명이며 부품업체 종사자까지 합치면 수십만명의 고용효과를 가지고 있는 기업인데 앞으로 판매량과 생산량이 증가해도 한국에서는 일자리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설이 확장될 중국 베이징, 미국 앨라배마, 터키 이즈미트 등 해외의 공장에서만 수만명의 일자리가 생길 뿐이다.
삼성전자도 중국 쑤저우(蘇州)에 전자단지를 만들었으며 톈진(天津)에 가전과 TV생산단지를 세웠다. 글로벌 경영의 틀 속에서 생산활동의 상당 부분이 외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이 수조원씩 증가하더라도 국내의 일자리가 그만큼 팍팍 늘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과외학원 단속하듯이 기업의 해외투자를 막을 수도 없다. 국제적인 룰에 위반되기도 하지만 규제로 막는 경우 경쟁력을 잃게 돼 남아 있는 부분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가들 스스로가 국내에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 외국으로 옮기려는 결심을 재촉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해 여름 현대자동차는 40여일간의 파업으로 1조원 이상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가까스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임금인상, 휴가일수 증대, 경영참여 허용 등 대부분 노조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다. 경영진에서 그와 같은 합의에 응한 것은 국내에서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현대노사는 물론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이 12%라고 한다. 그중 어려운 조건으로 일하고 있는 노조원도 있겠지만 취업을 못하고 있는 실업자에 비하면 나은 형편에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사회에 첫발을 디딜 기회를 찾지 못한 청년 실업자가 43만명이라고 하는데 노사문제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이들이 일할 기회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이 밖에 나가 투자하는 것처럼 외국기업을 우리나라에 끌어들인다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은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해 불과 64억달러로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위협 속에서도 50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중국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개도국만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삼성전자가 영국에 세운 공장의 준공식에 참석했고 미국의 14개 주정부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상설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됨은 물론 그것이 바로 국민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 전용공단을 건설하고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유치를 한다면서 외국병원이나 외국학교가 들어선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각이 많은 실정이며 일자리를 중시한다면서 쌍용자동차를 중국 회사가 경영한다고 하면 경계심부터 갖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 외국인 투자유치의 토대가 될 한미투자협정(BIT)의 체결을 자리를 걸고 반대하는 국무위원이 있는가 하면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비준을 가로막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올해 정부가 8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출하는 예산은 5,000억원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5억달러가 채 안된다. 외국인투자를 연간 최고 실적인 150억달러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아니 100억달러 이상으로만 끌어올려도 정부예산보다 몇 배 더 큰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무원 1만명을 더 채용하는 것보다 글로벌 경제체제에 맞는 일자리 해법을 찾는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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