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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빅딜 100일 유감

연성주 기자(산업부)총수들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합의가 16일로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묻지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민앞에 약속한 빅딜을 반드시 지키라』고 밀어붙이고 있으나 재벌들은 여전히 주판 알을 굴리며 빅딜에 따른 반대급부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해당기업, 정부, 금융기관들이 모두 나서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상도 하고 중재도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없다. 100일이 허송세월이 된 셈이다.구조조정본부간 공식 협상도 중단된 상황이며 조정자역할에 나섰던 금융감독위원회도 속수무책으로 두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이나 정부가 빅딜협상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며 『빅딜성사에 대한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인수기업인 삼성자동차, 대우전자, LG반도체는 사실상 지난 100일동안 거의 정상적인 조업을 하지 못했다.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종업원들이 입은 정신·물질적 고통과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총수들이 지난해 국가경제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의 빅딜방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했을 때 국민들은 총수들의 용단에 박수를 보냈다. 평소 재벌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던 사람들도『재벌들이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는데 진심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그러나 당시 박수를 보냈던 국민들은 『역시 재벌들은 믿을수 없다』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다고 실망하고 있다.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은 최근 『빅딜 마라톤경주는 이제 결승점까지 1㎞만 남겨놓은 상태』라고 협상진행상황을 밝혔으나 금감위의 1㎞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빅딜이 지지부진해지자 시중에는 일부 재벌이 부도직전에 몰리고 있다느니 하는 괴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 재벌들간의 반목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열린 전경련회장단회의에 구본무(具本茂)LG회장과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이 불참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동안 具회장은 전경련회의에는 거의 빠지는 경우가 없을 만큼 단골손님였다. 일부에서는『한두푼도 아니고 조단위 돈을 따지는데 어디 한두달새 결판이 나겠느냐』고 말한다. 즉 협상결과에 따라 수조원의 손익이 오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양보할 수는 없지 않느냐하는 당사자들의 입장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빅딜이 지연됐을 때 대외 국가신인도는 다시 추락할 것이며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총수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타래처럼 얽힌 빅딜의 매듭을 스스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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