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시작된 신세계의 ‘1조원 세금’ 플랜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세계의 경영권 조기 승계가 가속화됐다는 것은 물론 사상 최대의 증여ㆍ상속세를 기록하게 됐다는 점, 특히 관행화된 편법승계에 경종을 울려 앞으로 ‘법대로’ 절차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점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증여 배경은=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이번 증여는 지난 5월 발표한 일정에 따라 진행됐다”며 “하지만 증여 작업은 예전부터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 오너 일가가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8년 이명희 회장이 50만주의 주식을 정용진 부사장에게 증여했고 이번 증여도 당시부터 시작된 작업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면 된다는 게 구 사장의 설명. 그 당시에는 주가가 워낙 낮아 세간의 관심을 못 받았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참여연대 문제 때문에 증여시기를 미루고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7~8월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참여연대 소송건이 좀처럼 진척 기미를 보이지 않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에 앞서 정재은 명예회장이 먼저 증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 명예회장이 고령이고 어차피 증여할 바에는 개인 보유지분 전량을 한번에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금 얼마나, 어떻게 내나=정 부사장과 정유경 상무가 증여받은 주식 금액은 신세계 현재 주가로 계산해볼 때 약 7,000억원 정도. 하지만 주식 증여는 보통 증여일을 기준으로 이전 60일과 이후 60일, 총 120일의 평균주가로 총액을 산정한다. 따라서 정확한 세금 액수도 앞으로 60일이 더 지나야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구 사장은 “신세계 주가가 두달 동안 크게 변동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증여 지분 총액은 7,000억원 안팎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세율 50%를 적용하면 세금 규모는 3,500억원가량이 될 듯싶다”고 내다봤다. 이 금액은 그동안 재벌 유족이 낸 상속ㆍ증여세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역대 최고 규모는 2003년 타계한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유가족이 낸 1,830억원(비상장주식)이었다. 세금납부 시기는 지분 증여시 통상 6개월 이후가 돼 내년 2월로 예상되며 납부 방법은 정 부사장이나 정 상무 모두 현금 자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식으로 물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물납의 경우 국세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세계호(號)의 방향은=2대 주주인 정 명예회장이 모든 지분을 증여한 데 이어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지분도 대부분 아들과 딸에게 증여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 시기는 몇 년 뒤가 될 전망이다. 구 사장은 “정 명예회장과 이 회장과의 나이 터울이 4살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4년 뒤에나 증여 작업이 이뤄질 것 같다”며 “이 회장 지분 15.33% 전량이 이번처럼 증여의 형식을 갖출지, 아니면 일부 상속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증여를 계기로 2대 주주로 올라선 정 부사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룹 내에서 이마트 중국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 부사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경영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직급도 부회장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 사장은 “정 부사장은 지분 증여를 통해 상징적인 대주주가 될 뿐 경영권 승계와는 별개”라며 “신세계는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의 역할 분담체제가 확립된 회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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