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이달 발표한 '2007년 철도산업발전시행계획'에는 시속 180km급 한국형 '틸팅(Tilting) 열차' 시험 운행이 들어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른 KTX의 최대 속도가 350km이고 새마을호 열차의 최대 속도가 140km이니 그 중간에 해당하는 열차라고 볼 수 있다. KTX보다 느린 틸팅 열차가 새 사업으로 지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틸팅 열차는 '기존' 선로에서 달리는 가장 빠른 열차이기 때문이다. 먼저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자. 무엇보다 구동장치가 높은 출력을 내야하고, 가급적 최고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현실에서는 출력을 깎아 내리는 여러 가지 장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퀴와 철로 간의 마찰력, 진행방향의 반대로 받는 공기 저항은 최고 속도를 깎아 내리는 대표적인 문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열차의 탈선을 막기 위해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름인 '틸팅'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틸팅 열차의 가장 큰 특징은 주행 시 '기울어'진다는 것. 차체를 기울여 곡선 구간의 원심력을 상쇄하고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한다. 틸팅 기술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으며, 그 종류에 따라 구조 역시 달라진다. 첫 번째는 '수동적 틸팅'이다. 열차의 종단면을 상상해보자. 객실을 좌우로 자유롭게 흔들리는 상태로 두되, 그 회전축을 객실의 무게 중심보다 위에 둔다. 이렇게 하면 원심력이 우측으로 작용할 경우 무게 중심보다 위는 왼쪽으로, 아래는 오른쪽으로 힘을 받아 자연적인 틸팅이 이뤄지게 된다. 이와 같은 수동적 틸팅에서는 별도의 동력이나 제어장치가 필요 없지만 얻을 수 있는 경사각이 작고 임의로 경사를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능동적 틸팅'이다. 이는 차체와 철로 사이를 연결하는 부위, 즉 대차 부위에 별도의 동력과 제어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능동적 틸팅은 비교적 큰 경사각(최대 8°)을 얻을 수 있으며 저속 차량과 공유해야 하는 선로에서도 큰 지장 없이 고속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시험 운전에 들어갈 한국형 틸팅 열차는 당연히 능동형 틸팅 열차다. 모든 첨단공학 제품들이 그렇듯, 많은 제어가 필요한 제품일수록 사전ㆍ사후 관리와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형 틸팅 열차 또한 이 점에 주력, 운행의 안전은 물론 삶의 편의를 한층 높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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