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가운데 96%는 1년내 인수합병(M&A)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굵직굵직한 M&A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데다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고조되는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때문으로 풀이된다.
30일 글로벌 회계ㆍ컨설팅기업인 언스트앤영이 한국의 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12개월 내 M&A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M&A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이는 언스트앤영이 지난 해 10월 같은 형식으로 조사할 당시 50%가 긍정적인 대답을 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유홍렬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장은 “국내 대기업들은 사업 최적화를 위해 지난 해 여러 건의 M&A를 추진했다”며 “주요 거래는 마무리 됐기 때문에 앞으로 1년 동안은 M&A 추진 의지가 크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해 4월이후 1년동안 국내 기업의 M&A 건수는 381건으로 전년(379건)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0억달러가 넘는 대형 딜 건수도 28건으로 전년(24건)과 큰 차이가 없었다.
1년내 비핵심 자산매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국내 기업의 12%만이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첫 조사 당시 34%에 비해 12%포인트가 감소한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비핵심 자산매각을 지난해 말까지 완료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들은 M&A 등 외형성장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겠다고 응답했다. 초과현금(내부유보금)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국내 기업의 68%는 M&A 등 외적성장 보다는 내적 성장(유기적 성장)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는 6개월 전 조사 당시 40%보다 높게 나왔다고 언스트앤영측은 설명했다.
이 처럼 기업들이 M&A에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상반기중 하이마트나 웅진코웨이 등 대형 딜이 마무리 되면 당분간 국내 M&A 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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