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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건설비리

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업체내의 인허가 관련부서와 건설현장 등 64개소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시기는 지난달말 씨랜드 화재사고후였으니 한달도 채 안된다. 조사결과 대상자 가운데 44.2%는 최근 시행한 건설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응답했다. 인허가는 토지형질및 택지용도 변경·재개발 사업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금품제공 이유에 대해 인허가의 신속한 처리와 조건없는 관행, 과다한 자료 요구방지 등을 꼽았다. 금품수수 행태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요구가 34.4%, 노골적으로 요구가 25.0%, 요구하기전 관례적이 40.6%로 건설업계의 비리가 위험수준에 이르렀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금품을 요구하는 집단이다. 정부투자기관 등이 포함된 발주자가 35.4%로 가장 높고 경찰서·파출소(26.6%), 군청·구청·동사무소와 소방서(각 8.9%), 시·도청(6.3%), 세무서(5.1%) 등의 순이다. 소위 권력이라도 있는 기관치고 달려들지 않는 곳이 없으니 건설현장이 배겨 날리 없다. 뜯기는 액수에 비례, 공사는 부실로 갈 수 밖에 없으며 결국은 국고의 낭비요, 국민의 부담이다. 부실의 정도에 따라서는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참사도 배제할 수 없다. 몇년전 건설교통부는 건설업계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그해를 「부실공사 추방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캠페인은 캐치프레이즈만 요란했을 뿐, 다음해에는 잊혀졌다. 「행사를 위한 행사」로 끝난 것이다. 우리 건설업계의 비리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다. 건설행정의 지나친 규제, 뇌물이 없으면 통하지 않는 건설행정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반(反)부패라운드 운동을 주창한 것도 사실은 한국때문이다. 부패사슬을 끊어야 한다. 건설업계의 비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은 「부패의 나라」라는 오명(汚名)에서 영원히 벗어나질 못한다. 정부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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