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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5. 빅뱅시대 한국의 현주소

[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5. 빅뱅시대 한국의 현주소 내몫찾기 氣싸움에 구조조정 발목 미국의 금융지도가 10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국내 금융환경도 역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방향이 틀리다. 미국은 대형화와 효율화로 치닫는 반면 국내 금융환경은 개선은 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무법자와 총잡이 보안관으로 대변되는 서부시대를 뒤로 하고 산업화와 급속번영을 맞게되는 미국 자본시장을 지배했던 것은 거대 자본. 20세기 초 모건은 미국자본주의 발아기의 금융거인으로 월가를 주름잡았다. 그로부터 100년이 흘러 21세기 초. 메머드가 시장에 나타났다. 미국에서 가장 전통있고 큰 금융그룹인 JP모건과 체이스가 지난해 9월말 통합을 발표한 것이다. 대공황과 겸업금지(글래스-스티걸법:1933년)로 각개 약진하던 미국 금융계는 이로써 세계적 추세인 금융빅뱅에 이정표를 찍었다. 인수와 합병 규모는 약 40조원(352억달러). 수입은 310억달러, 이익이 75억달러에 달한다는 세기의 합병이 지난해 말 조용하게 진행됐다. ◇나눠먹기는 없다= JP모건과 체이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산맥. 그만큼 자존심도 강한 금융그룹들이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생존 인식이 통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통합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효율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기업금융이 강한 모건측과 신디케이트론에 특기를 지닌 체이스는 철저하게 생산성을 따졌다. 합병으로 기업금융부분 인력 5,000여명이 짐을 꾸리게 됐지만 할당은 없었다. 은행끼리 감축비율을 사전에 정하지도 않았다. 같은 무렵 서울에서도 통합이 열을 뿜고 있었다. 그 것은 합병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농성장의 열기였다. ◇한국, 내용보다 모양이 중요한 통합=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을 앞둔 우량은행들이다.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은행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우량은행간 합병은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농성을 풀고 정상영업중인 현 상황의 물밑에서는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당장 나오는 얘기가 '대등 합병'이다. 이는 인력을 똑 같은 비율대로 가져가자는 얘기가 된다.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되는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합병 때도 형식은 대등합병이었다. 새로 탄생한 통합은행의 이름도 문제다. 국민과 주택은 각각 '이름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지난해 세기의 통합을 엮어냈던 체이스금융그룹은 실제로는 케미컬은행으로 피인수된 은행이다. 지난 96년 체이스맨해튼 은행을 사들인 케미컬은행은 자신들의 이름을 포기했다. 승자의 아량이 아니라, '체이스'의 지명도가 더 높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름보다 할당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이라는 인식이 통합에 깔려 있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신관치금융= 금융회사 뿐 아니라 당국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신관치금융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결정이 필요할 때 정책기능을 당연히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며 "관치금융도 시장의 일부분"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시장은 그래도 정부가 말하면 믿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관치는 불신과 시장교란만 낳고 있다는 반응이다. 은행 부실과 공적자금 투입으로 막후로만 행사하던 은행장 인사권을 대놓고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관치금융 폐해의 부활요인으로 꼽힌다. 신한, 하나, 제일은행을 빼고는 사실상 정부가 은행장을 임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일은행이 정부의 부실 회사채 인수를 거부하고 나선 것도 은행장 인사의 입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민ㆍ주택은행간 합병에서도 정부는 크게 간여해왔다. 정부는 시장원리를 중시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실제로는 작업을 주도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주도한 양 은행간 합병 강행의 결과는 은행 파업으로 나타났고 이는 국민 피해로 이어졌다. 은 론을 통해 합병 사실을 흘리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개별 은행, 특히 정부가 최대 주주가 아닌 은행간에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합병 건에 대해 정부가 내용을 미리 안다는 것 자체가 막후에서 간섭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 주택은행은 정부의 은행 대형화 논리에 밀려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을 강행했고 결과는 은행 파업으로 인한 국민적인 피해로 돌아왔다. 채권시장 안정기금 조성, 퇴출기업 명단 발표 등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국제연구기관이 평가한 국제경쟁력 추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99년 28위로 96년 26위에서 2계단 미끄러졌다. 세계경제포럼(WEF)도 한국의 경쟁력이 같은 기간중 20위에서 29로 추락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시장 잠식 가속= 강자(외국인)들은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에 의해 국내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잠식되고 있다. 지난 4일 현재 외국인 보유상장주식 시가총액은 779조원으로 시가총액의 21.7%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의 활력소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나 이는 일본 14%, 타이완 10% 미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외국인투자가 늘어나며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미국 증시가 1% 변동할 경우 국내 주가도 0.9% 오르거나 떨어지는 등 동조화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외국인 순매수 또는 순매도가 시가총액의 1%만큼 증가할 경우 주가는 1.9% 상승 또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 증가는 자금의 단기 유출입시 시장 충격 심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97년 하반기들어 동남아에서 촉발된 외환위기가 국내에 파급된데는 외국인들의 주식순매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외환위기 직전 외국인들은 보유 주식의 20%를 내팔아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을 이끌었다. 최근 외환보유가 1,000억달러선에 근접하고 있어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시 과거와 같은 충격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운용의 어려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단기차입금 회수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환율이 48% 급등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국제경쟁력 확보가 요구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금력과 공신력을 갖춰 국내외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것이다. 오현환기자/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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