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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량 예년 절반… 경기회복 '남의 얘기'

■안으로 곪아가는 中企·건설업체- 지방 공단은 지금<br>"정책자금 반토막 돈줄 막혀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막막"<br>수주받아도 은행서 대출거절 사채시장으로 발길 돌리기도



"워낙 경기가 없어 주문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원청업체의 원가 후려치기 때문에 마진은 사실상 마이너스이고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H철강가공업체 공장은 초여름의 맑은 하늘 아래에서도 사뭇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풍겼다. 한때 1,000㎡ 남짓한 공장 한편을 빽빽하게 채우던 원자재 보관 창고는 절반가량 텅 비어 있고 생산하는 물량이 줄어드니 원자재와 납품 물량을 싣고 나르는 하역장에는 빈 팔레트 5~6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직원들 얼굴 보기가 민망해 최근에는 공장라인을 돌아보지도 못했다는 이 업체의 사장은 "다들 경기가 회복세라고 하지만 지방 공단의 영세 중소기업들은 금융위기보다 더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 들어 정책자금도 반토막나 자금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반기부터 중기 구조조정이 가시화된다면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업체가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사정은 인근 철강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K업체 공장 옆 공터에는 한창 근무시간인데도 3~4명의 생산직원들이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업체 공장장은 "주문 물량이 줄어 일손이 남아도는 형편이라 여름휴가를 앞당겨 쓰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여름 휴가철 비수기를 어떻게 버텨낼지 벌써부터 막막하다"고 씁쓸해 했다. 이처럼 지방 중소기업이나 영세 업체들에 경기회복은 '먼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중소업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경기회복의 입구에도 들어서지 못했는데 왠 출구전략이냐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매출이 나아진 기업이라고 해도 사정이 좋지만은 않다. 올 들어 경기가 풀리면서 일감은 늘어났지만 지난해 중기 자금줄을 풀어줬던 은행들이 중기 구조조정을 앞두고 문턱을 높이기 시작한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는 제자리걸음에 머물면서 적자 경영에 시달리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지난달 중소기업청이 1,13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체감 자금사정이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는 기업은 전체의 14%에 불과한 반면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기업은 39.8%,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46.2%에 달했다. 경영의 최대 애로요인으로는 '자금 부족(32.4%)'을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수억원 규모의 수주를 잇달아 성사시키면서도 은행들의 가혹한 잣대를 넘어서지 못해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장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건설사를 주요 거래처로 두는 영상 전문기업 A사의 경우 대기업과의 계약서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3억원 규모의 자재비를 대출받으려 했지만 회사 신용도를 이유로 은행 측으로부터 거절 당했다. 지난해 11월에 수천만원을 연체했다는 이유로 은행이나 보증기관이 모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L사장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결국 사채업자를 찾았다. 법정한도금리 수준인 48%의 이자를 물어내느라 수익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L사장은 "최근 1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받았지만 또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자금력이 없으니 수주가 늘어나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소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산업현장의 실정을 반영해 보다 세밀한 전략 마련과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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