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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수업 시간에 딴짓 한다고 선생님께 전화를 자주 받아요.""쉴 새 없이 떠들고 불쑥 이상한 질문을 하기도 해요." "얌전하게 노는 법이 없고 자기 할 일을 스스로 못 해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공통된 호소이다. 이렇다 보니 ADHD자녀를 둔 부모는 '잔소리꾼'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는 끊임없이 부모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에 부모ㆍ아동 관계는 '이 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해 청소년기에 이르면 싫어도 억지로 참고 끌려가는 어린아이 때와는 달리 점점 반항과 비행의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간혹 양육에 지친 ADHD아동의 부모 중에는 큰맘 먹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허용해주면 증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두엽의 실행기능(학습계획 능력, 조직화 능력, 지속적 주의력, 행동 억제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ADHD아동은 부모가 간섭의 끈을 놓는 즉시 마음대로 흐트러진 생활을 즐긴다. 그러면 또다시 부모는 아이를 야단치고 간섭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결국ADHD 아동의 부모는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다는 죄책감과 자책감을 느끼며 양육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다면 ADHD 아동은 어디부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 걸까. 현재ADHD 치료법의 경우 아이 양육법에 대한 부모교육, 행동치료 및 심리치료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접근 방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뇌기능문제로 발생하는 ADHD의 핵심 증상(주의력 부족, 과잉 행동, 충동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ADHD치료약물은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체계에 작용해 뇌기능을 활성화시켜준다. 약물치료 효과는 70~80%이다. 단일치료효과로 보면 아직까지 이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약물 치료에 대한 편견을 갖고 아이의 치료 기회를 포기한다. 약물의존에 대한 두려움, 부작용에 시달릴 것 같은 불안감, 다른 치료 방법을 찾고 싶은 욕구 등'정신과 약물=나쁘다'는 편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약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보호자도 점차 호의적인 입장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약을 먹으면 아이가 축 늘어지고 멍해질 줄 알았는데 밥도 잘 먹고 선생님께 아이가 좋아졌다는 전화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약물 치료는 다른 심리사회적 치료와 병행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ADHD에 대해 편견을 갖기 전에 먼저 ADHD에 대해 바로 알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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