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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감성 정치 홍수…경제는 없었다
입력2004-04-15 00:00:00
수정
2004.04.15 00:00:00
구동본 기자
17대 총선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시끄러웠으나 특별한 쟁점 이 없는 비교적 조용한 선거였다.
간혹 일부 후보와 정당들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밋밋하고 포괄적인 공약을 제시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정당별ㆍ후보별 경제정책 비교는 탄핵논 쟁에 묻혀 주목을 끌지 못했다. 대신 눈물 샘을 자극하는 감성정치, 일회성 깜짝 행사로 유권자의 눈을 사로잡는 이벤트정치가 홍수를 이뤘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 정당의 정책성향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해 벌써부터 새로 선출된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올바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 한명이 정당과 후보에 각각 한표씩 두표를 던져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1인2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보다 많이 여의도 의사당에 진출할 수있는 길을 트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정책대결에 실패,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책 대결 관심 못 끌어=
이번 총선은 내수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치러졌다. 이 때문에 당초 이번 총선은 각 정당들이 약속한대로 정책 대결 양상을 보여 경제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당과 후보들이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킴으로써 탄핵논쟁이 모든 선거운동을 압도했다.
‘탄핵풍(風)’ 외에도 ‘박풍(朴風ㆍ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개인적 인기)’, ‘노풍(老風ㆍ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비하발언)’ 등 갖가 지 바람이 총선현장을 휩쓸었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고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실업자, 특히 청년실업자들이 일자리를 못 찾아 한숨짓고 있는 등 서민경제 여건이 매우 어렵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대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16대 총선 때 국가부채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임으로써 총선 후 정부가 재정운용에 신중을 기하도록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 다.
각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예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중앙당 차원에서 표 심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경제ㆍ민생정책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정책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추진 일정과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민감한 부분은 어물쩍 넘기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아 정당별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이들 정책의 추진에 필수적인 재원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하기 일쑤였다.
중앙선관위가 1인2표제 도입에 맞춰 이번에 처음으로 유권자들이 정당투표 를 올바로 할 수 있도록 각 당의 공약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는유권자들이 정당별 정책비교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경실련도 경제ㆍ민생, 국가안보, 복지, 정치 등의 분야 현안 가운데 주요쟁점들에 대한 정당별 입장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유권자들이 정당별 정책노선을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관위나 경실련의 홈페이지는 대체로 각 정당이 제시하는 공약이나 질문에 대한 응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권자들은 이런 이유로 총선 때면 으레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공약 발표를 ‘지키지 도 못할 공수표 남발’로 치부, 거들떠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선거는 단순히 유권자를 대변할 적임자를 뽑는 것 못지않게선거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를 발굴, 쟁점화함으로써 유권자들로부터 정당과 후보가 검증 받고 유권자의 의사가 무엇이고 국론은 어디로 모아져야 하는 지를 확인하는 자리”라며 “선거에서 정책대결은 민주주의를 한단계 발전 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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