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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했던 원자재난

본지 2003년 5월7일자 18면에는 `원자재 값 급등으로 경영난 심화`라는 기사가 실렸다. 골판지, 스테인리스 등 비철금속, 철강 등의 원자재 가격이 7%에서 많게는 30%까지 올랐고 이로 인해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 또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블랙홀` 중국으로 수입원자재가 대거 빠져나간다는 것이었다. 바로 9개월 전 기사다.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세 움직임은 신문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한국수입업협회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원유는 물론 철강ㆍ니켈 등의 가격 상승폭이 거세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수입물가 현황에서도 원유(3.0%), 고철(4.2%), 나프타(6.0%), 니켈(5.6%) 등 원자재들의 오름폭이 지적됐다. 발 빠른 증권가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고려아연ㆍ풍산 등 비철금속주가 주목받고 있었다. 경고는 한번 더 나타났다. 10월을 기점으로 외신에서도 원자재 값 상승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원자재 값이 수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이는 중국 원자재 수입확대, 세계경제 회복조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투기세력 진입으로 상승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친절한` 전망도 포함해서다. 2004년 2월. `산업자원부ㆍ수출보험공사ㆍ조달청 등은 수출업체 보증한도를 늘린다` `고철 등의 사재기를 엄벌에 처한다` `수입원자재에 관세인하 조치를 시행한다` `정부 비축물량을 당초보다 80% 이상 확대한다`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아쉬운 대로 고마운 조치지만 한발 늦은 반응이다. 이미 제조업체들은 원자재난으로 `신음`을 넘어 `절규`하고 있는 판국이다. 경제 관료들이 신봉하는 경제학ㆍ경제이론의 목적은 `예측과 전망`이다. 항상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때가 되면 `옐로카드` 정도는 한번 보여주는 것. 그리고 일 터지기 전에 미리미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 그렇게 예측하라고 똑똑한 공무원을 뽑았고, 그렇게 일하라고 국민들은 이런 불황기에도 꼬박꼬박 비싼 세금을 내고 있다. “많이 배우신 공무원, 정치인 양반들은 다 뭐하고 있는 거냐.” IMF 외환위기 때처럼 발등에 불 떨어지기 전에 제발 미리미리 대비하라는 중소기업 운영자들의 일갈이다. <현상경 성장기업부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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