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와 임원이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틈을 타 보유주식을 대거 매도하며 차익 챙기기에 나서 투자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아이디의 최대주주인 코와는 지난 12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총 40만주를 장내에서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매도 금액은 8,980~1만300원 수준. 코와는 이를 통해 약 20억원가량의 매매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디아이디의 주가는 올 초 3,000원대에서 머물렀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때 1만3,000원까지 뛰었다.
KG모빌리언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회사 임원인 윤유진 상무는 12일과 16일 각각 3만주, 1만주를 장내에서 팔았다. 주당 매도 가격은 8,210원(12일)과 9,880원(16일)이다. KG모빌리언스는 지난달 정부가 모바일 전자결제 시스템 도입 발표 뒤 급등 추세를 보인 종목으로 지난 17일 장 중 한 때 52주 최고가(1만2,300원)을 새로 쓴 바 있다. 또 인포뱅크의 비등기이사인 하종순 상무는 10일부터 17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3만837주를 팔았고 안성진 상무 역시 17일 2만7,000주를 매각하는 등 임원들의 보유주식 매도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신양엔지니어링의 등기임원이자 이사인 윤승형씨가 16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8,045주를 장내에서 팔았고 인포피아는 최대주주인 배병우씨가 이달 들어서만 10만2,000주를 매도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몇몇 상장회사들이 회생절차 신청 등 악재를 앞두고 미리 보유 주식을 팔아 심각한 도적적 해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18일 서울중앙비장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한성엘컴텍이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한완수 대표는 16일 대출원리금 연체와 18일 회생절차 개시 신청 등 악재가 쏟아지기 직전인 2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725만4,750주) 가운데 22만주를 장내에서 팔았다. 알에스넷의 최대주주인 김길수씨도 가장납입과 대규모 대상차손 발생 등에 따른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 여부 조사로 지난달 11일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중이던 주식 전량(70만4,604주)을 매도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대주주와 임원 등의 이 같은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나만 살자'식 지분 매도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나 임원 등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게 회사 경영부진 등으로 비쳐질 수 있고 또 최근 상승 추세를 보이는 코스닥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차익실현이나 손실 회피에 눈 멀어 지금껏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내팽개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대주주나 임원 등의 보유 주식 매도는 회사는 물론 개인 투자자에게 마이너스"라며 "이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앞으로 호재가 없거나 실적 부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돼 상장회사 주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악재 전 주식을 팔아 손실을 보전했다면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며 "주가가 오르던 내리던 무조건 파는 이들의 행태는 최근 상승 추세를 보였던 코스닥시장에도 투자자 이탈 등을 초래할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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